4 months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 개관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 메인페이지
▢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소속 서울특별시중부교육지원청(교육장 임규형)은 2021년 학교 역사기록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3개년 사업계획(2021~2023)을 수립하고, 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학교 역사기록을 수집·정리하여 공유하는 디지털 플랫폼『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http://jbarchives.sen.go.kr)을 구축하여 4월 19일부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은 120년 근대 학교교육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관내 학교의 문서, 사진, 간행물, 박물류 등의 역사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색인 분류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구축한 온라인 아카이브 시스템이다. 학교별·시기별·유형별 기록물 검색은 물론 이용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큐레이션과 수집 기록을 활용하여 주제별로 기획·제작한 영상콘텐츠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 또한, 4.19혁명 62주년을 맞아 기획·제작한 영상콘텐츠 ‘일기로 보는 4.19, 그날의 기록’을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하고, 각급 학교에서 교육용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이다. 동 자료는 1960년 4월 19일 시위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관내 고등학교 3학년생의 일기를 토대로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인터뷰와 학교에 보관되어 있던 기록을 활용하여 제작한 영상 콘텐츠로, 4.19정신인 민주 이념의 의미와 선배들의 희생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시범 운영되는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에는 1901년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증서류, 사진, 교과서, 졸업앨범, 문집, 박물류 등의 기록 4,151건과 학교 소장 역사기록물 목록 7,172건, 영상콘텐츠 2편이 1차적으로 탑재되었다. 오늘 8월에는 영상콘텐츠‘사진으로 보는 일제강점기 학교교육’(가제)을 배포하고, 앞으로도 학교는 물론 개인 소장 기록 등을 계속해서 발굴하여 탑재해 나갈 예정이다.
▢ 서울중부교육지원청(교육장 임규형)은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은 그동안 각급학교에 흩어져 있던 학교 역사기록을 한데 모아 정리함으로써 학교교육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학교교육의 발전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더불어 “앞으로도 근대 이후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역사를 기록을 통해 조망해볼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시대상을 담고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역사자료를 수집·발굴하여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개관식은 4월 19일(화) 15:30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학교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참여 가능하다.
(ZOOM 회의 ID: 913 988 9569 / PW: 2022)
4 months
교회기록물관리 어떻게 하고 계세요?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에서 설립 당시 사진과 영상, 교회 건축 기록 등 20년간 보관해온 기록을 분실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교회는 외장하드에 주요 기록을 보관해 왔는데,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담당자의 부주의로 이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순간에 홈페이지에 올려둔 몇 장의 사진 외에 교회의 역사 자료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 교회 담임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교회의 소중한 기록이 이렇게 쉽게 사라진다는 게 황당하고 허탈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록 보존의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번거롭다는 이유로 미뤄왔다. 자료 보관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단순히 쌓아두는 수준에 그쳤다”며 “2~3년마다 교역자가 교체되니 책임감 있는 관리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한국교회는 140년 역사 속에 지역 교회로서 성도들의 삶과 함께 성장해 왔다. 교회의 기록물엔 그 교회만의 기억이 아니라 교회가 지켜 온 지역과 성도 개개인의 신앙 여정이 담긴 셈이다. 다음 세대에 믿음의 발자취를 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보존되어야 하지만, 각 교회 여력과 사정에 맡겨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뒤늦게나마 소중한 사료이자 자산인 교회 기록을 적극 보존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그 의미와 방법을 되짚어 본다.
아카이브로 만나는 디지털역사관
서울 충현교회 ‘디지털 역사관’에 기록된 1950년대 충현교회 여성도들이 야외에서 고무신을 신고 흰 저고리와 짙은 치마를 입고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충현디지털역사관

고무신을 신고 흰 저고리와 짙은 치마에 앞치마를 두른 여성 성도들이 야외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벽돌을 쌓아 바람을 막은 아궁이 위에는 큰 가마솥이 놓였고 여성들은 낡은 놋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주변의 군용 드럼통은 6·25전쟁 직후 교회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준다. 그러나 교회에 온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려 상을 차리는 이들의 손길에서 정성과 공동체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1950년대 촬영된 이 사진은 지난해 9월 충현교회가 오픈한 ‘디지털 아카이브’(Digital Archive)에 소장된 자료다. 기록을 보관하는 공간인 아카이브(Archive)를 디지털화한 것이 디지털 아카이브다. 데이터베이스(DB)와 유사하지만 문서 사진 영상 음성 자료 등 다양한 기록물을 디지털 형식으로 저장 보존 검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박노익 충현교회 장로가 지난 14일, 교회 수장고에 보관된 72년 전 첫 당회 회의록을 들고 있는 모습.

지난 14일 충현교회에서 만난 박노익(58) 장로는 “교회는 70년간 자료를 수장고에 보관했지만 당회록과 핵심 자료 외에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다”며 “방대한 자료 중 일부는 버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교회 70년사’ 책을 기획하면서 영구 보존이 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70년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에 성도들의 협조가 큰 힘이 됐다. 할머니 세대부터 간직해 온 귀한 사진 한 장, 노랗게 바랜 오래된 주보, 골동품 같은 기념품 등 성도들이 가져온 자료 하나하나가 곧 역사였기 때문이다.
1978년 12월 25일 유년부 성탄 축하 음악예배 모습. 충현디지털역사관

박 장로는 “가장 화제가 된 자료는 은퇴한 장로님이 옛 성전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찍은 비디오 영상이었다”며 “성도들과 함께 영상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교회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기록’ ‘컬렉션’ ‘콘텐츠’ 유형으로 분류했다. 부서 및 위원회 자료를 주제·활동·연대별로 정리한 문서(기록), 예배 훈련 전도 선교 등 특정 주제를 앨범 형태로 구성한 자료(컬렉션),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기획·다큐멘터리(콘텐츠) 등이다. 선별된 기록물은 목록화 후 스캔해 디지털 아카이브에 탑재됐다. 박 장로는 “오래된 사진 속에 교회의 역사는 남아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사역 중 촬영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시대를 기억하는 어른들이 떠나면서 기록 보존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으로 교회 기록을 언제든 쉽게 조회하고 활용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는 여전히 큰 과제다. 매주 자료 정리와 메타데이터를 추가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기록 관리를 전담할 인력도 필수적이다. 박 장로는 “기록 보존을 위해 각 부서 담당자 교육과 상설 조직 구성을 통해 교회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계승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NCCK 100년 역사, 기록 정리만 6년
1955년 4월10일 부활절 예배를 촬영한 사진. 한국교회협회의 아카이브 제공. 한국교회협회의 아카이브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디지털 아카이브를 오픈했다. NCCK의 100년 역사와 한국 기독교의 사회운동과 관련된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약 6년의 시간이 걸렸다. NCCK 100주년 기념사업특별위원회 김신약 목사(37)는 “6·25 전쟁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많은 자료가 소실되거나 압수됐다. 2019년 연구원으로 합류했을 때도 이미 유실된 자료가 많아, 초기 3년은 흩어진 기록을 수집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가장 어려운 작업은 너무 오래돼 문서 스캔 기계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자료였다. 그는 “이 자료들은 직접 손으로 한 장씩 스캔해야 해 매우 조심스러웠다”며 “작은 실수로도 훼손될 수 있어 한 장 한 장 세심하게 다뤄야 했다”고 회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아카이브에 기록된 1991년 5월 7일 동대문 감리교회에서 열린 고 강경대군 살인폭력 규단 비상시국 기도회

김 목사는 이처럼 힘든 작업을 감수하면서도 기독교 유산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늘날의 우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함”이라며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 발맞춰 끊임없이 개혁하면서, 동시에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 보존 작업은 개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적 SNS ‘온라인 아카이브’
다만 디지털 아카이브는 높은 구축 비용과 지속적인 관리 부담 때문에 대형교회나 연합기관 등이 아닌 각 교회가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박 장로는 “기록 보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정리와 지속적인 관리다. 나스(NAS)와 같은 저장 장치를 활용해 안전하게 자료를 보관하고 홈페이지에 카테고리별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온라인 아카이브’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SNS를 통한 기록 보존은 별도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없고, 접근성과 활용성이 뛰어나다. 예배 행사 선교 활동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성도들이 교회의 기록에 직접 참여하며 공동체의 유대감도 형성할 수 있다.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SNS를 활용해 교회의 기록을 쌓아가는 그저교회 전인철 목사는 “교회의 역사와 발자취를 남기고 싶었다. 우리가 걸어온 서사가 곧 교회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NS는 아카이브와 달리 검색 기능은 부족하지만 접근성이 뛰어나다. 우리 공동체만의 아카이브로 만족하며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아카이브도 의미있는 자료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기록하고 관리해야 한다. 전 목사는 “신앙인에게 기독교 역사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한 사명”이라며 “방식은 각 조건에 따라 다르더라도,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회 공동체의 소중한 기억을 우리만의 언어로 기록하며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4 months
남북민간교류아카이브 우리이음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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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선언 25주년 심포지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정부의 역할_1부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관계
<프로그램>
사회 : 김경민 한국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인사말 :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특별세션 : 남북민간교류 아카이브 소개(제작 : 자주통일평화연대, (사)4.9통일평화재단, (주)아카이브랩 인사)
기념사진 촬영
좌장 : 문정인 전 대통령 특보
발제1 평화공존의 남북관계 복원 해법_김연철 前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발제2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극복과 한반도 평화구축의 기본원칙_이삼성 한림대 명예교수
토론1 1953년 체제로의 퇴행을 막고, 다시 6.15 정신으로 : “평화안전장치의 재설계와 탈상호주의적 실천”_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군사안보 교수
토론2 새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언_최은아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
종합토론
20250618심포지엄1부한반도평화체제와남북관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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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아카이브 오픈기념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아카이브 오픈 기념식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이 협의회가 걸어온 에큐메니컬 정신을 계승하기로 다짐했다. 이번 아카이브는 1924년에 창립된 이 협의회 10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조직된 NCCK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 기념 기독교사회운동사 정리보존사업의 일환으로 구축됐다.
이 협의회 국장 강석훈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오픈기념식은 총무 김종생목사와 NCCK100주년 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학중목사의 인사,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안교성관장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아카이브의 의의와 가치」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또한 아카이브랩, 한국기독교역사문화재단,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 감사패를 증정하는 시간도 진행됐다.
오픈기념식에서 인사말을 전한 이 협의회 총무 김종생목사는 “교회협이 군선교에 앞장섰다는 기록을 알게 됐다. 그와 관련된 자료를 아카이브를 통해 찾으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면서, “용이하게 관련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신가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협이 이제 100주년을 맞이했다. 그 100주년을 알린 첫 행사가 오늘의 행사이다.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행사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100주년 기념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학중목사는 “가장 속상하고 답답할 때는 소통이 되지 않을 때이다. 교회협이 지난 100년 동안 나름대로 시대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것들이 묻혀 있으면서 한국사회나 일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으면서 한국교회는 역사와 현실 앞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동체로 오해하는 낙인들을 받았다”면서, “현장에 있으면서 교회나 교단, 연합회가 가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것들을 표현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것을 고민하던 시기에 100주년기념사업회에서 이러한 역사를 공개하면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아카이브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아카이브 구축은 기독교의 한국선교 시작 아래 △교육 △문화 △구제 △의료 △민주화 △인권 △통일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생성된 기록물이 존재하지만 이를 온오프라인에 종합적으로 보존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게 됐다. 이 아카이브는 △NCCK, 개신교 사회운동, 에큐메니칼 운동 관련 국내외 사료 수집·정리 △개신교의 각종 생간 문서의 DB화 및 온라인 보급 △교회사, 한국사,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을 위한 양질의 사료 제공 △기독교 역사기록물의 대시민 서비스등을 목적으로 진행된다.
현재 공개자료는 2만 4천 7백 89건이 있다. 이 중 문서류는 2만 3천 3백 39건이며, 사진그림류는 1천 4백건이다. 자료는 1910년대 자료부터 있으며, △총회자료 컬렉션 [1]과 [2] △사진 컬렉션 △간행물 컬렉션 △단행본 컬렉션 △교회와 사회위원회 컬렉션 △인권위원회 컬렉션 △통일위원회 컬렉션 △연감 컬렉션 △지역협의회 컬렉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용을 위해서는 포털사이트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아카이브로 검색하면 된다. 메뉴는 △기록 △정보 △컬렉션 △콘텐츠 △참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록란은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기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다. 컬렉션란은 교회협이 소장하는 기록 중 관련된 자료를 모았다. 콘텐츠란은 소장기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와 스토리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참여는 오류제보와 기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온라인 아카이브의 평가와 제언」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관장 안교성교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아카이브의 공식 개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물론이고, 한국기독교, 나아가 한국사회에 대한 연구의 수준을 한차원 높일 것이다. 그 결과 새롭게 사실에 기초하며 군형잡힌 이해를 제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아카이브에는 이 협의회의 역대 총회록과 간행물 그리고 출간한 단행본과 각종 사진자료 등 1910년대에서 현대까지 사료가 2만건 이상이 공개됐다. 이 협의회는 앞으로도 온라인 아카이브에 자료를 수집하고 업로드 할 예정이다.

김남현 기자
10 months
[ARKO] 디지털툴을 활용한 아카이빙 <2024 예술가의 아카이빙 워크숍>

보물과 같은 나만의 예술 기록, 효율적으로 아카이빙하고 활용하는 유용한 툴을 만나본 시간
글/사진 : 이종철(에디터)

공들여 만든 창작물과 기록 자료, 어떻게 아카이빙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자 숙제일 겁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소중한 강연이 ‘예술가의 아카이빙 워크숍’ 마지막 날에 진행됐어요. 11월 15일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안대진 아카이브랩 대표의 ‘디지털 툴을 활용한 아카이빙’을 주제로 한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날 안대진 대표는 예술가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카이빙 툴을 소개하면서, 저마다 만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실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그는 접근성이 뛰어난 디지털 아카이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러 디지털 아카이브 툴을 선보였어요. 참가자들은 각 아카이브 툴을 활용한 실제 아카이빙 예시를 화면으로 보며 집중했습니다. 특히 안대진 대표가 소개하는 유용하게 사용할 만한 툴 정보에 대해 귀를 쫑긋 세우며 주목했죠.


그리고 과거에 작가와 함께 진행했던 아카이빙 프로젝트 사례를 공유했어요. 작가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홍보하기 위해 설계된 아카이브였는데요. 우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구축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에 관심이 많은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어요. 워크숍 참가자들은 ‘예술가의 아카이브가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이러한 제작 과정을 거쳐 구축되는구나’하며 강연에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뒤이어 디지털 아카이빙 툴을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준비한 노트북을 펼치며 실습에 참여했어요.

첫 번째로 다룬 툴은 ZOTERO였습니다. 이 툴은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에서 개발한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데요. 사용방법이 복잡하지 않아 예술가들에게 매우 실용적인 도구로 평가받고 있는 도구였어요. 참가자들은 ZOTERO를 설치하고 계정을 연결해 보며 차근차근 접근해볼 수 있었어요. 이어서 간단한 리서치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고, 리서치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ZOTERO의 편리한 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죠.
두 번째로 다룬 툴은 OMEKA였습니다. OMEKA는 포트폴리오와 전시 아카이브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용자를 가진 디지털 플랫폼이었는데요. 참가자들은 이 툴을 활용해 자기 나름의 아카이브를 구축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OMEKA의 회원가입부터 시작해 작품 등록, 컬렉션 구성, 그리고 예술가의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실행해 볼 수 있었어요. 강연 후 참가자들은 실습해 본 OMEKA를 활용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작품을 추가하고, 전시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아카이브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죠.


참가자들은 이 강연을 통해 간단하게나마 디지털 아카이빙을 다뤄 볼 수 있었어요.
한 참가자는 “아카이빙이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감하게 해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나흘간 진행된 ‘예술가의 아카이빙 워크숍’ 현장스케치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아르코예술기록원은 아카이빙을 준비하는 예술가를 위해 다양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over 1 year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 개관
서울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 개관, 120년 근대 학교교육 역사 한 곳에
이종구 기자 | 승인 2022.04.19 06:27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은 2021년 학교 역사기록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3개년 사업계획(2021~2023)을 수립하고, 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학교 역사기록을 수집·정리하여 공유하는 디지털 플랫폼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http://jbarchives.sen.go.kr)'을 구축하여 4월 19일부터 시범 운영한다.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은 120년 근대 학교교육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관내 학교의 문서, 사진, 간행물, 박물류 등의 역사기록을 디지털화하고 색인 분류하여 서비스할 수 있도록 구축한 온라인 아카이브 시스템이다. 학교별·시기별·유형별 기록물 검색은 물론 이용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다양한 큐레이션과 수집 기록을 활용하여 주제별로 기획·제작한 영상콘텐츠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4.19혁명 62주년을 맞아 기획·제작한 영상콘텐츠 ‘일기로 보는 4.19, 그날의 기록’을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하고, 각급 학교에서 교육용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계획이다. 동 자료는 1960년 4월 19일 시위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관내 고등학교 3학년생의 일기를 토대로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인터뷰와 학교에 보관되어 있던 기록을 활용하여 제작한 영상 콘텐츠로, 4.19정신인 민주 이념의 의미와 선배들의 희생을 되새겨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시범 운영되는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에는 1901년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증서류, 사진, 교과서, 졸업앨범, 문집, 박물류 등의 기록 4,151건과 학교 소장 역사기록물 목록 7,172건, 영상콘텐츠 2편이 1차적으로 탑재되었다. 오는 8월에는 영상콘텐츠‘사진으로 보는 일제강점기 학교교육’(가제)을 배포하고, 앞으로도 학교는 물론 개인 소장 기록 등을 계속해서 발굴하여 탑재해 나갈 예정이다.
임규형 서울중부교육장은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은 그동안 각급학교에 흩어져 있던 학교 역사기록을 한데 모아 정리함으로써 학교교육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학교교육의 발전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며 더불어 “앞으로도 근대 이후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역사를 기록을 통해 조망해볼 수 있도록 학교와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시대상을 담고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역사자료를 수집·발굴하여 지속적으로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중부교육디지털박물관' 개관식은 4월 19일(화) 15:30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학교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참여 가능하다. (ZOOM 회의 ID: 913 988 9569 / PW: 2022)
출처 : 뉴스포르테(http://www.newsfortes.com)
over 1 year
몽양여운형아카이브 개관

몽양기념관(관장 김덕현)은 〈몽양여운형아카이브〉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한국 최초의 독립운동 인물 아카이브인〈몽양여운형아카이브〉는 몽양기념관이 최근 3년간 몽양 여운형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고 발굴·보존·활용하기 위해 시행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의 결실이다.〈몽양여운형아카이브〉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각적 매체와 검색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편리하게 접근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몽양여운형아카이브〉는 온라인에 기반하여 공간적 한계를 넘어 여운형과 관련된 자료들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검색창이며, 근현대기를 대표하는 선각자인 여운형의 정치·언론·교육·체육·문화 등 다양한 사상과 역할을 현대인에게 전파하는 창구이자, 근현대 한국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플랫폼 역할을 지향한다.
김덕현 몽양기념관 관장은 “이번〈몽양여운형아카이브〉개통으로 여운형 아카이브가 온- 오프라인 양면에서 문을 열게 되었다. 특히 우리 민족 독립의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 주목한 탁월한 선각자 몽양의 사상과 국내외 활동을 현대에 전파하고, 인터넷에 기반하여 연구자들에게는 관련 자료를 발굴·수집·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몽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양평지역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과 전 세계 시민과 연구자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많은 관심과 이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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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 오픈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성노예제도에 관한 역사 자료, 일본군‘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의 기록,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기록을 수집, 보존하고 서비스하기 위한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archives.womenandwar.net)를 구축하여 7월 3일 정식 오픈(공개)합니다. 시민사회단체로서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전문 디지털 아카이브입니다.
온전히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진실과 여성인권, 평화를 위한 아카이브
최근 한국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일본군성노예제를 비롯한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무작정 덮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역사부정 세력은 조직적으로 역사적 진실을 무너뜨리고 매주 수요시위 현장에 나타나 시민들의 앞에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쏟아냅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인하고 왜곡하며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태가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한 지금, 역사적 진실과 정의가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부정 세력의 방해와 이념편향된 정치권력의 영향 때문에 기록과 기억이 오용되거나 지워져서는 안 됩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 정의를 향한 용기 있는 외침을 기록하고 보전하는 일에 책임을 느낍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전 과정은 국내외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는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역사적 진실과 정의를 지켜내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아카이브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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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피해생존자와 활동가의 역사를 담은 <아시아연대회의> 컬렉션 개발
오픈과 함께 선보이는 첫 번째 컬렉션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입니다. 아시아연대회의는 1992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초국적 여성연대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며 국내외 운동을 하나로 모아 그 의미가 큽니다.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는 아시아연대회의 기록물 2,452건의 목록, 온라인 원문보기 서비스뿐 아니라 아시아연대회의의 역사와 기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정보사전, 타임라인 및 지도 기반 스토리텔링 등 시각화도구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 등을 제공합니다. 기록 중에는 국내외 피해생존자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피해생존자들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끼며 생전의 소망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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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성장하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기록의 세계적 보고가 되기 위해
국내외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정리해 전 세계 시민들에게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2023년 하반기까지 일본어, 영어 검색 시스템을 구축해 전 세계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장기록을 활용한 학습지도안과 교사를 위한 참고자료 목록 등 교육용 콘텐츠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후 소장기록과 국내외 기증기록 정리를 통해, 수요시위, 피해생존자 증언, 국제사회 활동, 역사자료, 활동소식지 등 새로운 아카이브 컬렉션을 개발·확장하고, 기록을 활용한 쉽고 재밌는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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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 오픈 기념 이벤트
각자의 집에 잠들어 있는 국내외 사진, 문서 등 기록을 깨워 아카이브에 기증하는 <살아있는 증거, 살아있는 기록> 이벤트,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 오류를 찾아 제보하는 <아카이브 뚝딱뚝딱 고치기> 등 오픈 기념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붙임자료에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는 명실공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일본군‘위안부’ 문제 기록을 연결하는 국제적 플랫폼이자, 기록을 활용한 운동의 확장·재생산 공간, 여성인권과 평화를 향한 연대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립니다!
전쟁과여성인권아카이브(archives.womenandwar.net) 바로가기
2023년 7월 3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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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finally introducing our War and Women’s human rights Archives to collect historical materials about the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 issue, resolution movement documents, and victim survivors’ footage to share collections worldwide.
Both the South Korean and Japanese governments neglect the Japanese “comfort women” issue, while the history denialists speak out the word of hatred and discrimination. To ensure they do not abuse records, we will preserve the truth of the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 issue, the victims’ history, and their courageous cry for justice.
We will develop Japanese and English services by the second half of 2023 and expand our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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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and Women’s Human Rights Archivesarchives.womenandw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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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Event!archives.womenandwar.net/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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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be our supporter through donations for remembrance and historical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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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政府は依然として戦争犯罪を認めないまま謝罪せず、韓国政府は「未来志向的な日韓関係の発展」のために、日本との歴史問題にむりやり蓋を閉じようとしています。日本軍「慰安婦」被害事実を否認・歪曲し、サバイバーを侮辱する歴史否定勢力は、歴史的真実と正義を脅かしています。歴史否定勢力の妨害やイデオロギーに偏った政治権力の影響によって、記録と記憶が誤用され消されることのない様に、「戦争と女性の人権アーカイブ」は日本軍性奴隷制の真実、サバイバーの苦しんできた苦痛の歴史、正義に向けた勇気なる叫びを正しく記録し保全しようとしています。
アーカイブは2023年下半期まで、日本語・英語検索サービスを構築し、持続的にコレクションを回被圧・拡張しながら記録を活用した多様なコンテンツをサービスする予定です。みなさまの多大なるご関心とご利用をお願い申し上げ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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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戦争と女性のアーカイブ」 archives.womenandw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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オープン・イベントに参加する archives.womenandwar.net/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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真実に対する記憶と記録が続けられるように、ぜひ正義記憶連帯の後援会員になってくださ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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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디지털역사관 개관
1953년. 전쟁으로 상흔이 가득한 한반도 땅 이곳저곳에 교회 십자가가 하나둘 세워졌다. 만신창이가 된 나라와 동네, 가정을 복음으로 일으켜 세워 보자는 희망의 말뚝이었다. 당시 세워진 동갑내기 교회들이 올해 나란히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이들 교회는 저마다 특별한 기념행사를 통해 복음의 전령사를 감당했던 지난 세월에 대해 감사하고 100년을 향한 목회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교회로

6·25 한국전쟁이 남긴 상흔이 가득했던 1953년 창립해 나란히 70주년을 맞은 동갑내기 교회들은 저마다 기념행사를 열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제2의 부흥’을 다짐했다. 사진은 서울 충현교회. 충현교회 제공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한규삼 목사)의 출발은 서울 중구 인현동의 한 가정집이었다. 18명이 모여 소박하게 시작한 교회 성장세는 가팔랐다. 한 차례 교회 건축을 한 뒤 강남 이전을 결정한 교회는 1970년 지금의 부지를 매입하고 14년 뒤 새 성전에서 입당예배를 드렸다.
고딕양식의 새 예배당에서 강남 시대를 연 교회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지난 3월 ‘온충지신: 충현을 앎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다’를 주제로 70주년 기념 학술 콘퍼런스를 개최한 교회는 8일 교회 본당에서 강남구청과 함께 ‘이웃과 함께하는 음악회’도 연다. 교회 역사를 망라한 ‘충현디지털역사관’(archive.choonghyunchurch.or.kr)도 공개했다. 70주년 기념예배는 10일 오후 3시30분 교회 본당에서 드린다.
한규삼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사의 70년을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을 꿈꾸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면서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주민에게 사랑받는 교회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새’의 바람을 일으키다

광림교회. 광림교회 제공
빛의 숲(光林),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사찰터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교인 대부분은 북한 출신 피란민이었다. 1971년 이 교회 5대 목사로 부임한 김선도(1930~2022) 목사는 ‘사회선교’에 박차를 가하면서 봉사활동과 문화행사, 군부대 위문 등에 적극 나섰다. 광림교회의 트레이드마크는 ‘호렙산기도회’다. 올해 35회를 맞은 기도회는 김선도 목사 때 시작됐는데, 한국교회의 ‘특새(특별새벽기도회)’ 용어가 이 교회에서 유래된 것으로도 전해진다.
교회는 1979년 지금의 서울 강남 성전을 완공한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김정석 목사는 “지금 자리에 교회를 건축한 뒤 아예 지역사회에 교회를 개방했다. 많은 주민이 교회 문턱을 넘으면서 폭발적으로 부흥했다”고 했다.
광림교회의 70주년은 특별하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에 70주년 기념교회인 동탄광림교회를 설립했다. 앞서 요셉의 이야기를 각색한 뮤지컬 ‘더 드리머: 잇는 자들’을 선보인 데 이어 지진 피해를 당한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방문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튀르키예 참전용사 위로회도 마련했다. 7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는 오는 11월 5일 드린다.
위기 청소년 섬김 속 제2의 부흥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 전경. 기쁨의교회 제공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박윤성 목사)는 올해 설립 70주년과 함께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7대 담임목사인 현 박윤성 목사가 부임한 뒤 아파트촌이 즐비한 모현동에 2011년 교회를 건축하면서다. 현재 교회학교 학생까지 2000명에 가까운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케냐에 초등학교를 세운 데 이어 ‘익산 우리는교회’도 개척했다. 국민일보와 삼성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 멘토링 사역에도 동참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공모 사업으로 2020년에는 미혼모 시설인 ‘기쁨의하우스’도 열었다. 박 목사는 “기쁨의하우스에 이어 최근 지역사회 요청으로 가출 청소년이 단기간 머물 청소년쉼터 설립도 구상 중”이라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사역을 펼치며 질적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교회는 다음 달 8일 설립 70주년 기념예배를 드린다.
장창일 김아영 최경식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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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록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2023 부산기록축제' 개최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 공공‧민간기록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장(場)으로서 오는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2023 부산기록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열리는 첫 기록 축제인 ‘부산기록축제’는 부산은 물론 전국 각지의 기록 성과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해 기록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이번 행사에는 오늘날 기록 활동 및 기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강연, 기록 성과 전시 및 체험 부스, 다큐멘터리 상영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기록축제 공식 프로그램은 1일 차와 3일 차에 해당한다. 먼저 행사 첫날인 11월 17일에 '말하는 기록'이라는 주제로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부산 근현대사의 보존과 재현에 있어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설문원(부산대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문헌‧물품‧구술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 사료를 수집 및 연구하는 ▲부산/차철욱(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 ▲대구/권상구(시간과공간연구소 상임이사) ▲서울/이경민(서울수집 대표) ▲경남 양산/신은제(동아대 외래교수)가 각 지역에서 진행한 기록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또한 3일 차인 11월 19일에는 최근 기록물의 관리와 공유 방식이 중요해진 만큼 플랫폼 구축 사례에 대한 강연을 준비했다. '진화하는 기록'이라는 주제로 최근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기록의 방법과 공유 방식을 살펴본다.
▲안대진(아카이브랩 대표)은 오픈소스 기반의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 구축 사례를, ▲고윤정‧박지현(영도문화도시센터 센터장‧아카이브 담당자)은 최근 가동을 시작한 영도구 온라인 기록플랫폼을 소개한다.
오늘날 달라진 기록 대상이나 방식도 살펴볼 수 있다. ▲목지수(싸이트블랜딩 대표)은 점점 사라져가는 부산의 목욕탕을 입체(3D)‧다큐멘터리 영상, 잡지 등으로 기록 및 공유하고 있는 사례를, ▲염수정(빨간집 연구원)은 시민 누구나 기록의 주체가 되는 ‘공동체(커뮤니티) 기록 활동’의 사례를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행사 둘째 날인 11월 18일에는 지역 기록단체의 활동을 장려하고 공유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우수기록단체와의 네트워킹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는 팀인 ‘실험실 C’는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역을 기반으로 기록 활동을 전개하고 그 결과를 예술작품‧투어‧전시‧단행본 등 다양한 형태로 공유‧확산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동구 초량‧수정‧영주동 일원, 2021년 영도구 중리해변 일원, 2022년 사하구 다대포 일원에서 장소특정적 기록‧예술 활동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과거 염전이 있었던 낙동강 일원을 중심으로 지역 리서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인생의 짠맛’을 표현하는 공연과 예술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부산기록축제에서는 ‘짠 것들의 연결망 - 짠 것들이 연결되기까지’라는 주제로 기록 활동 과정 및 결과를 전문가 ▲류승훈(부산근현대역사관 학예관) ▲구모룡(한국해양대 교수) ▲구자상(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대표)의 강연과 참여 예술가의 담화 프로그램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외에도, 축제와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기록의 다양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 관련 전시와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또한 부산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회 및 감독과의 대화도 놓쳐서는 안 될 프로그램이다.
기록 성과 전시 부스는 역사관 별관 1층 부산서가 내에 10여 개 정도 마련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부산시사편찬위원회 등에서 발간한 공공기록물을 비롯해 부산은 물론 전국 각지 민간 기록단체의 기록결과물(책자, 영상, 물건 등)을 선보인다.
‘오늘의 원도심’은 참여자가 소형 타임캡슐을 만들어보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이 체험은 축제 당일 원도심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을 준비된 기록지에 작성한 후, 사진이나 영수증 등의 물건과 함께 동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캡슐은 2024년 부산기록축제에서 개봉할 예정으로,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 어떻게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토대가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11월 17일에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부산의 공간을 영상으로 담는 독립영화감독 오민욱의 단편 다큐멘터리 '상'(2012, 20분)과 '라스트 나이트'(2016, 14분) 상영회가 열린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 관장은 “부산 근현대사에서 '기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작지만 중요한 이 첫걸음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역사를 시민과 함께 생산하고 대화하고자 하는 우리 역사관의 비전과 다짐을 담은 것”이라며, “많은 시민이 이번 행사를 통해 기록의 필요와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시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사전 신청이 필요한 강연 및 상영회 프로그램은 부산근현대역사관 누리집을 통해 접수 진행 중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현장 참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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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아카이브 101 후기 2회
여러분은 아카이브(Archives)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누군가 아카이브와 기록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나요?
2022 판 교육 #3 <활동가 아카이브 101, 현장과 아카이브가 만날 때>가 10월 4일(화)~5일(수)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아카이브의 개념, 역사, 특징부터 실무 적용 방법까지!
알차게 진행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2일 차 교육은 실물과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관리, 활용·공유 등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어요.
아카이빙의 시작: 생산, 수집
기록의 생산, 수집, 관리는 왜 중요할까요? 특히, 시민단체의 기록은 업무에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고, 개인이나 조직의 활동을 증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의 기록은 사회적 기억으로서 체계적으로 생산, 관리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시민단체가 역사적으로 기여한 행적들이 아카이브를 통해 많이 발견되고 있으니까요.
기록(Records)은 업무수행 과정 중에 자연히 생산되는 것이며, 구성원들이 업무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인데요. 기록의 생산은 아래와 같이 이루어집니다.
① 누가: 업무담당자, 활동가
② 언제: 업무수행 과정 중, 혹은 업무수행 종결 후
③ 어떻게: 개인 PC 또는 수기로 작성, 전자매체를 활용한 사진, 영상 촬영 등 다양한 유형의 기록을 생산
기록의 유형은 크게 전자·비전자로 나뉘며, 세부적으로는 문서류, 도서간행물류, 사진그림류, 영상음성류, 특수전자기록류, 박물류로 구분됩니다.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기록관리기준표는 업무 기능별로 생산해야 할 기록과 보존기한을 명시한 기준표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표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의 과중을 초래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답니다. 그래서 주로 이런 기준표를 만들 때는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법을 추천해요.
기록의 가치평가 기준에는 행정적 가치, 증거·정보적 가치, 역사적 가치, 활용적 가치가 있는데요. 여느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관 연혁’은 조직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답니다.
아카이빙의 꽃: 정리, 목록, 분류
정리는 기록에 논리적, 물리적 질서를 부여하는 것으로, 기록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기반이 됩니다. 사실 상 아카이빙에 있어 [정리, 목록, 분류] 과정이 가장 중요하므로,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는 아래와 같이 이루어집니다.
① 누가: 업무담당자 또는 기록관리담당자 / 아웃소싱
② 언제: 일상적 정리(평소 정리), 정기적 정리(분기, 연간 일괄 정리)
③ 어떻게: 실물기록 정리(비전자기록, 파일과 보존상자에 보관하여 라벨 부착), 전자기록 정리(파일명, 폴더명 정리, 바이러스 체크, 저장공간 업로드 등)
<실물기록 정리 프로세스 /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실물기록 정리 시 문서류는 파일철, 보존상자, 보존박스를 사용하여 정리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파일철의 제목은 가급적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 철과 보존상자에는 모두 구체적인 관리번호를 적은 라벨링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라벨링 작업을 할 때에는 철, 보존상자, 보존박스를 구분할 수 있는 라벨 규칙을 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겠지요?
⦁ 철 식별번호(예: F-0001), 보존상자 식별번호(예: U-0001) 등
문서류 뿐만 아니라 사진·필름류 정리방법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사진·필름은 인화하여 보관하며, 중요한 사진은 1장당 1장의 보존봉투에 담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여기서 깨알 팁을 드리자면 보존 용도에 적합한 것은 산성봉투가 아닌 중성봉투라는 점!
이번엔 전자기록물 정리방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① 파일명 규칙은 ‘생산일_활동명(프로그램, 행사 등)_기록유형’ 의 형식으로 정리할 것! 그리고 ‘띄어쓰기’를 하지 않을 것(띄어쓰기 대신 언더바 사용)!
⦁ 예: 20200301_제93차정기총회_회의록.hwp
② 파일포맷은 유형별 권고포맷으로 변환할 것!
⦁ 예: 문서는 PDF/A, 이미지는 JPG, TIFF 등
③ 폴더 구성은 가급적 ‘기능’으로 분류할 것! 활동에 따라 상-하위폴더 구성
⦁ 예: 운영(상위) - 공문처리, 조직(하위)
목록은 생산, 수집한 모든 기록의 목록을 말하며 검색과 활용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인 작업입니다.(예. 보존상자, 박스 목록, 철 목록, 건 목록 등)
분류는 업무기능, 주제, 사업·활동, 인물 중 필요한 항목을 선택하여 사용합니다. 키워드나 태그를 활용한 분류 방법도 있는데요. 환경아카이브 ‘풀숲’ 사례를 참고해 보세요.
⦁ 환경아카이브 ‘풀숲’: https://ecoarchive.org/
디지털화: 보존성과 활용성을 높이자
디지털화란 실물 기록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것이며, 기록의 온라인 서비스와 콘텐츠 개발을 위해 수행됩니다. 디지털화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기관의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화된 사진, 소식지 등이 디지털화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화는 ① 내부 자체진행 시, ② 아웃소싱 시의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그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자체진행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② 아웃소싱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디지털화 진행 시 활용동의 확보 절차가 필요한데요. 회원단체나 부속기관의 경우라도 온라인을 통한 원문제공과 콘텐츠 제작에 대한 동의여부를 사전에 얻어야 합니다. 이뿐 아니라 개인정보 등 민감한 기록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보존과 폐기
혹시 중요한 기록이나 자료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원본이 삭제되거나 없어진다면?…
기록들을 생산하고 수집하는 과정만큼이나 소장하고 있는 기록들을 장기적으로 잘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전자기록은 주기적으로 백업을 해야 안전한 보존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개인PC에 원본을 보관하기보다는 구글드라이브나 NAS, 외장하드 등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해요.
단체마다 기록 폐기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에 따라 단체의 기록담당자 및 평가·폐기위원회의 검토와 심사를 거쳐 폐기 절차가 진행됩니다. 개인정보정책, 자료 공개여부, 저작권 등의 기록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지요.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2일에 걸친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아카이브 구축이 잘 된 사례와 함께 다양한 아카이브 툴킷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 향후 실무에 잘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기록의 정리 방법과 보존 방법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었는데요.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과연 효율적으로 기록들이 관리, 보존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찬 정보를 가득 공유해주신 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카이브에 관심이 있거나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실무 팁을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아카이브랩 홈페이지(https://archivelab.co.kr/)를 방문해 보세요.
almost 3 years
활동가 아카이브 101 후기 1회
여러분은 아카이브(Archives)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누군가 아카이브와 기록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나요?
2022 판 교육 #3 <활동가 아카이브 101, 현장과 아카이브가 만날 때>가 10월 4일~5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아카이브의 개념, 역사, 특징부터 실무 적용 방법까지!
알차게 진행된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교육은 아카이브랩(https://archivelab.co.kr/)의 안대진 대표가 맡아 주셨어요.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랩’은 2016년 창업 이래 여러 시민단체들의 아카이브 구축과 관리에 함께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카이빙이 필요하지만 자원의 한계가 있는 시민단체에 적정한 아카이브 솔루션을 제공하고, ‘오픈 소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해요. 이런 면에서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셨어요.
1일 차 제목은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인데요. 아카이브의 개념, 역사, 특징을 짚어보고,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카이브의 모든 것: 아카이브와 기록의 개념, 아카이브란 무엇인가?
‘아카이브와 기록의 차이점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흠칫! 했던 분들은 주목해 주세요.
사실, 저도 아카이브(Archives)와 기록(Records)의 개념이 다소 헷갈렸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어요.
기록이란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것으로, 행위의 증거나 정보적 가치를 포함합니다. 업무, 활동을 하면 자연히 기록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 누구도 기록을 위해 활동하지 않으니까요.
아카이브란 총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기록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보존기록, 보존기록 관리기관, 기억저장소인데요. 최근에는 보존기록, 보존기록 관리기관에서 기억저장소로 아카이브의 의미가 확장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
즉, 우리가 활동하며 남긴 많은 기록들(Records)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선별한 ‘보존된’ 기록의 집합이 바로 아카이브(Archives)입니다.
이처럼 아카이브와 기록은 상호 긴밀한 관계에 있으며, 효과적인 기록관리를 위해서는 기록의 3대 구성 요건인 내용, 구조, 맥락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중 맥락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맥락이란 자료의 생성, 수령, 보관, 사용과 관련된 상황이나 다른 자료와의 관계 등 해당 문서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정보입니다.
기록관리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어요. ① 출처별 원칙, ② 원질서 존중의 원칙, ③ 계층적 관리와 집합적 기술입니다.
출처별 원칙은 출처가 다른 기록물들을 혼합하여 관리하면 안된다는 것으로, 누가, 어디서, 언제, 왜 기록을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정보검색의 기초가 됩니다.
원질서 존중의 원칙은 기록 출처와 원래 축적된 단위에 따라 기록을 관리하는 원칙으로써 편철, 배열순서, 분류방법 등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계층적 관리와 집합적 기술은 가장 크고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작고 구체적인 것까지 단계적으로 기록을 묶어주고 기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기록을 관리하는 과정은 정체성, 업무효율성, 투명성이라는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록관리가 잘 된 조직은 구성원들이 기록을 통해 과거 우리 단체의 활동을 알 수 있으며, 업무 중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여 찾을 수 있고, 마지막으로 활동 과정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활동의 투명성을 강조할 수 있겠지요. 내가 속한 조직이 기록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게릴라 아키비스트의 등장: B.C. 44,00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아카이브는 무엇일까요?
바로,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벽화인데요. 창과 밧줄을 들고 있는 반인반수의 생물체가 물소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으로, ‘사냥 아카이브’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벽화 한 점이 어떻게 아카이브의 성격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요? 해당 벽화는 후대에 사냥 전술을 전달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당시 사람들이 가치가 있음을 판단하고 기록했다는 점에서 ‘행위에 대한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 때 아카이브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주로 제국의 통치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오직 권력자만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었죠.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농민들이 농노증서를 불태우면서 비로소 민주적 아카이브의 탄생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1995년, 아카이브 열병의 시대가 도래하며, 아카이브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권력자 위주로부터 새로운 아카이브로의 전환이 필요해진 셈이죠.
현대에 들어서 예술가들의 아카이브 비판이 돋보였습니다. 어떤 기록이 아카이브로 남겨지고 버려지는지 들여다보고, 아카이브가 대단한 것이 아니란 것을 이야기합니다.
‘아카이브란 인식론적 투쟁의 장소이며, 사라진 것 혹은 부재의 흔적만을 보존할 뿐 과거의 기억이 될 수 없고, 그 진정한 의미는 도래할 미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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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Fever by. Jacques Derrida -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데이터를 없애려는 시도를 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위해 기후위기를 부정했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죠.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환경활동가를 필두로, 기후변화 데이터를 복제・배포하여 기록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게릴라 아키비스트’ 의 등장이며, 정치적 억압을 받는 상황 속에서 중요한 자료 혹은 기록들을 ‘아카이빙’하기 위해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생겨난 것이죠.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
최근에는 우리 일상의 평범한 모습을 기록하려는 시도들이 돋보입니다. 자발적인 아카이브가 활성화, 대중화되며 아카이브 붐 시대가 도래했는데요. K-POP 열풍의 주역, 남성 아이돌 그룹 BTS! 다들 잘 아시죠? 그렇다면 그들의 팬덤인 ‘아미(ARMY)’도 들어본 적 있으실 거예요. 이제는 아이돌 그룹의 팬들의 ‘덕질’ 이 아카이빙으로 이어지는 시대인데요. 아미가 구축한 BTS 아카이브 ‘아미피디아’는 BTS의 행적을 찾고, 기록하여 남기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요. 놀랍지 않나요?
디지털 아카이브
디지털 아카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 공간의 제한이 없고, ‘오픈소스’ 형식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카이브용 주요 OSS(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AtoM’, ‘Omeka’ 등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Omeka는 소규모 도서관, 아카이브를 위한 기록물 웹 퍼블리싱 소프트웨어로 비전문가도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며 500MB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해요.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면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디지털 아카이브 툴을 몇 가지 소개해 드려요. 무엇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른 툴을 사용할 수 있어요. 1)
⦁ 노션(Notion): 소규모 프로젝트 관리 및 기록 소프트웨어
- 아카이브랩도 이 툴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 Knightlab의 스토리텔링 툴: 도서관, 박물관, 아카이브, 학술기관
⦁ Sutori: 구독형 타임라인 툴
- 사용이 쉽고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구독형 타임라인 서비스
⦁ Fotomat: 사진 온라인 전시, 메타데이터 관리 제공
⦁ STT: 네이버 클로바, 다글로
-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
사례: 다양한 아카이브 형태들
안대진 대표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카이브 사례들을 소개해 주셨어요. 911 디지털 아카이브, 4.16 모으다 등 재난・참사 주제의 아카이브, YMCA, 동물보호단체 카라 등의 기관 아카이브, 그리고 서태지 아카이브, 퀴어락 등 커뮤니티 아카이브까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예술 아카이브인 ‘APAP(안양공공예술)’는 잘된 사례로 꼽혔는데요. 아래 링크를 통해 방문해 보시길 추천해요.
⦁ APAP: https://www.apap.or.kr:446/
<출처: 활동가 아카이브 101 교육 자료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역사를 구한 방법'>
사례 소개를 끝으로 <활동가 아카이브 101> 첫 번째 교육을 마쳤습니다. 아카이브에 대해 잘 몰랐던 저도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답니다. 다음 시간에는 <활동가 아키비스트 툴킷> 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교육 후기를 들고 올게요.
over 4 years
우토로 디지털 아카이브 개관
지구촌동포연대, ‘우토로 마을’ 디지털 아카이브 개관

∎ 소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들의 수난 역사를 담고 있는 ‘우토로 마을’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디지털 아카이브 사이트가 문을 열었다.
(‘우토로 마을’ 디지털 아카이브 바로가기 ☞ https://utoro.kin.or.kr/)
일본 우토로(일본어 ウトロ)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941년 교토 군 비행장 건설을 위해 일본정부에 의해 동원된 노동자들의 숙소가 뿌리가 된 재일 조선인 마을로, 일본의 패전 후 각지에 남게 된 조선인들이 모여들면서 집단부락을 형성하게 됐다. 한때 강제철거 위기도 있었지만, 재일동포와 한국인들의 성금이 더해지면서 우토로 마을은 낙후된 환경을 바꾸고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동안 우토로 마을을 꾸준하게 지원해온 동포단체 <지구촌동포연대>의 최상구 사무국장은 현지에서 진행 중인 우토로평화기념관 건립 사업의 일환으로 전시 콘텐츠 구축 차원에서 디지털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구촌동포연대>가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사할린 동포들에게 보내는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본다.
∎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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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토로 마을’ 수난 역사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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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 디지털 아카이브 개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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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동포에게 보내는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
•
강제동원 재외동포와 후손들의 인권 보듬기
over 4 years
대학원신문 기고
[문화2] 인류의 기억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나
안대진/아카이브랩 대표
기록이 걷는 길, 아카이브 ④ 기록물과 WWW,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대
보급화 된 개인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일상을 습관처럼 기록한다. 그리고 매체 곳곳에서 ‘아카이브(ARCHIVES)’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사실 아카이브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 자체’ 혹은 ‘그 기록을 보존하는 기관’을 말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는 단순히 자료의 백업·보관 등의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이렇듯 용어가 문화 속으로 넓게 파고든 틈 사이로, 은연중에 인지하고 있는 기록과 아카이브의 의미 및 가치를 보다 질적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회적 기억으로서의 아카이브 ② ‘국가’의 ‘기록’, 그 중요성을 말하다 ③ 세계기록문화유산 ‘화성성역의궤’ ④ 기록물과 WWW, 디지털 아카이브의 시대

▲ 뉴욕공공도서관의 디지털 컬렉션 시각화 사례 ,출처 : http://publicdomain.nypl.org/pd-visualization/
인류의 기억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있나
안대진 / 아카이브랩 대표
도서관과 박물관, 아카이브를 기억기관(Memory Institutions)이라 한다. 이들은 인류의 집단 기억인 기록과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기억기관들은 지난 천 년 동안 발전해 온 책이나 유물, 문서의 보존방식을 넘어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역대급 과제를 해결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록은 문서나 사진처럼 눈으로 확인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기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로 이뤄져 있고 데이터와 코드로 구성된다. 심지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어느 스토리지에 저장돼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여기서 자연스레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록을 관리할 책임자는 아키비스트(Archivist)인가 IT 부서인가. 기록은 증거인가 정보자산인가. 과연 기억기관들은 인류의 기억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가.
디지털 아카이브의 출현
디지털 아카이브는 기록을 디지털 형태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틀이다. 기록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훼손·소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디지털화해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존하는 한편, 시공간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디지털이 보존과 활용에 더 유리한지, 안전한지, 비용이 절감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다. 그렇기에 문화유산 보존의 책임이 있는 기억기관들은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종이 기록은 적절하게 관리만 하면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다고 검증됐지만, 디지털 기록은 기술 변화에 매우 취약해 한순간에 기록을 읽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기록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기억기관들은 90년대 말부터 ‘디지털 보존(Digital Preservation)’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국제적 수준의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 분야의 대표적 표준은 ‘OAIS 참조모델(ISO 14721: 2002 Open Archival Information System)’이다. 이 표준은 전자기록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와 정보패키지의 정의, 디지털 보존 시스템의 기능적 모델과 보존전략 등이다. 여기서 제안하는 이상적인 디지털 아카이브는 다음과 같다. 일단 전자기록이 디지털 아카이브에 입수되면 100년 후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정보를 추가한 뒤 공개포맷으로 변환해 원본과 함께 저장하고, 이용자가 자료를 보고자 하면 원하는 형태로 변환해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 추상적 모델은 이후 몇 개의 후속표준으로 보완됐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수십 종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웹 아카이빙 등 구독형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 OAIS 기능 엔티티, 출처 : CCSDS, 2012, Figure 4-1
데이터의 폭주와 디지털 큐레이션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은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상에 파고든 지금 데이터는 더욱 폭주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영상이 업로드된다. 이는 단순히 정보 과부하의 차원을 넘어선다. 인쇄혁신 이후 5백 년이 지난 지금 폭발적으로 증가한 디지털 데이터 역시 여러 질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이 적은 것보다 해로운 형국이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기술이 촉발한 콘텐츠 혁명은 우리를 데이터에 파묻어 정작 중요한 정보를 분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기억기관들이 내놓은 데이터 폭주 시대의 디지털 보존전략은 ‘디지털 큐레이션’이다. 디지털 큐레이션은 디지털 자원을 선택적으로 수집해 보존하는 것이다. 본래 ‘큐레이션’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전시할 작품을 정하는 행위라면, 디지털 큐레이션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을 찾아내서 정리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기억기관들의 아키비스트와 큐레이터들은 앞으로 등장하고 쇠퇴할 새로운 미디어의 저장 포맷을 정해야 하고, 클라우드 서버에서 데이터의 링크를 찾아내 데이터의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
개방과 포용, 그리고 애자일 철학
지난해 영국의 공공부문 글로벌 네트워크 ‘에이폴리티컬(Apolitical)’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디지털 정부 인물 100인을 선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데이터 공개를 통해 정책의 투명성을 높인 것으로 소개되며 상위 20인 안에 포함됐다. 디지털 정부는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어 AI·디지털 포용·오픈데이터·시민참여·사이버보안·디지털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개방성과 민첩성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정부로 정의된다. 디지털 정부지수는 디지털 아카이브에도 시사점을 준다. 바로 개방과 포용, 민첩성이라는 키워드에서다. 우선 ‘개방성’이라는 가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작동시키는 원리가 될 것이다. 그동안 기억기관들은 자원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료를 내부 직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고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절차나 도구는 매우 미흡하다. 개방성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공개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아카이브의 서비스 정책이 공개돼 있는지, 필요한 도구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쉽게 조달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기록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지를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포용성’은 신기술의 도입이나 타 기관과의 데이터 상호운용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방대한 아카이브의 텍스트를 지능적으로 처리하거나 자료의 형식을 가급적 공개된 표준 포맷으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첩성’은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게 업무와 도구를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신기술은 업무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기록 유형을 만들어 낸다. 때문에 민첩성은 변화가 빠른 디지털 시대에 점점 더 중요시되는 가치다.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오픈소스와 디지털 아카이브 사례를 발표하는 안대진 아카이브랩 대표_사진제공 아카이브랩
다음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발표한 ‘애자일(Agile)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은 묵직한 시사점을 준다.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기억기관들은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 들어야 할 것이다. “이용자의 요구에 집중하고, 보존보다는 활용에 가치를 두자.”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이 기록을 향유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국가기록원 웹사이트에는 매달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접속한다. 이들은 기록을 쉽게 찾고 열람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아카이브 사이트들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록이 제공해온 집단기억, 설명책임, 사회정의라는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기에 각 기억기관들은 디지털 포용과 오픈데이터, 오픈소스를 통해 인류의 기억을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시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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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예술경영 인터뷰
게릴라 아키비스트가 선택한 오늘의 무게
기록은 늙지 않는다. 사건은 시간과 공간의 조건 속에서 가능하지만, 사건의 기록은 영원성을 갖는다. 매일같이 수집되고, 기록되고, 어떤 가치에 따라 일부만이 선택되어 최후에 보존되는 기록, 아카이브의 이야기이다.
아카이브랩 의 사무실이 위치한 청운동 오르막길을 오르며,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기억전달자(The Giver)』를 떠올렸다. ‘사물 저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년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선택되어 세계 전체의 기억을 전달받는다. 그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이 일’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 말하는 기억전달자. 그가 망설이는 조너스에게 되묻는다.
“중요한 건, ‘선택’ 그 자체란 말이지?”
선택하는 자격과 책임을 가진 자가 감당해야 할 무게란 어떤 것일까? 민간영역 아카이브 활성화를 목표로 2016년에 시작된 아카이브랩은 누구에게나 대체로 괜찮은 연구소이고자 하는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1997 외환위기, 4.16 기억저장소, 세월호 특조위, 최근의 코로나19 자원봉사 기록 수집 등등 이들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기억들이 영원히 늙지 않는 아카이브로 보존되고 성장하고 있다. 기억전달자가 해가 될 리는 없지 않은가.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 아카이브랩의 발랄한 행보를 묻기 위해 안대진 대표를 만났다.

역사와 기록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대중적으로 넓어진 것 같다. 아카이브랩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아카이브랩은 우선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라 말할 수 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만난 셋이서 시작했다. 처음 회사를 만들 때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Noel Adams)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지구를 ‘대체로 무해함(mostly harmless)’이라고 설명한 표현에서 착안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몰랐다. 복잡하고 너무 높은 사양의 아카이브를 만들어서 감당이 안 되어 지속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 놓으면 대체로 무해한, 그런 아카이브를 지향한다. 적어도 ‘해만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또한 아카이브랩은 게릴라 아키비스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록 관리는 안정적인 자원과 시스템에 기반해서 안착되어 있다. 스스로 비주류이며, 공공에서 잘 다루지 않는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우리 연구소는 최근 몇 년 동안 게릴라처럼 30~40개 프로젝트를 닥치는 대로 해왔다. 게릴라 아키비스트라는 표현처럼 작지만 가치 있는 아카이브를 많이 해왔다.
우리나라 공공기록물 관리법이 2000년에 시행되면서, 중앙부처, 행정기관, 지자체에 기록전문가의 의무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 분야 기록관리 부분은 상당 부분 체계화되고 있는 것 같다. 기록전문가를 아키비스트라 불러도 무방한가?
엄밀히 말하면, 아키비스트와 기록전문가 연구직은 다른 것 같다. 아키비스트는 아카이브에서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아카이브와 기록이 혼용되어 사용되곤 하는데, 전통적인 개념의 아카이브는 사실 생산된 기록의 2~5% 정도 사료에 해당하는 보존 기록만을 말한다.공공기록물 관리법에서 규정되는 기록전문가는 오히려 레코드 매니저이다. 레코드 매니저는 아카이브가 아닌 기록센터 같은 곳에서 일한다. 아키비스트가 아카이브 보존 기록을 주로 다루는 전문직이라고 한다면, 기록전문가는 레코드 매니저로서 조직의 기록관리 기능적 역할에 한정된다.한편 랜달 C. 지머슨의 책 『기록의 힘: 기억, 설명책임성, 사회정의』에 따르면 아키비스트는 역사적으로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왔다. 지배계층의 부나 권력을 인정하기 위한 서류를 보관하는 문지기 역할로서 존재해왔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근현대에 들어서면서 아키비스트는 민주사회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서 부각되고, 아키비스트들의 사회 참여도 점점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카트리나 재난이라든지,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9.11테러, 월가 점령운동 등의 사건 현장에 아키비스트들이 소속을 불문하고 활동가처럼 참여해왔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 때 아키비스트들의 사회참여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책무가 부각되었다. 아키비스트는 기록이 어떠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것이다. 아키비스트의 권력이란 아키비스트가 선택한 것만 역사로 남는다는 것인데, 그가 가진 힘을 어떻게 인식하고 실천할 것인가? 아카이브에 남길 기록을 선별하고 평가하는 일, 그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아키비스트는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록 문화 강국인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이 중립적 기술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객관성이나 중립성이라는 실체는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아키비스트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서 이 기록을 남길지 말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아키비스트가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사운드 디자인 등 음악인으로서의 이력도 소유하고 있다. 어찌 보면 기록관리, 체계적 정리 등의 직무 능력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력인데, 어떻게 현재의 아키비스트라는 직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일맥상통한다. IT업계에서도 일했었는데, 꼼꼼하게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그들만의 정리 매뉴얼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하다. 작곡할 때 음원 샘플이나 테이크(take)들을 정리하는 것에도 자기만의 체계가 있다. 녹음 파일명을 입력하는 다양한 법칙도 있다. 모든 분야에 기록관리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연대기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도 일맥상통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같은 현대미술가들은 아키비스트와 밀접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평생 아카이빙을 해온 사람들이다. 예술인이건 음악인이건 뭔가 아카이빙하고 정리하는 것은 성향의 문제이지, 직업의 문제는 아니다.
기록물을 ‘기록문화유산’으로 재평가하는 것은 아카이브에 대한 비교적 최근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 기록문화 대중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영역의 기록관리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가?
난장이의 아카이브이자, 일상의 아카이브이다. 역사학의 주역으로 등장하지 못하고 변변한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비주류들의 역사, 서발턴(subaltern) 역사학이 생겨난 맥락과 비슷하다. 힘 있는 계급, 권력자 중심의 역사 서술이 중심이었다가 서민들의 생생한 역사, 민초들의 역사를 그들의 관점에서 서술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한 지점이 있다. 그것의 기록학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공공에서 기록한 것만 나중에 남는다면, 총체적 아카이빙이 안 될 것이다. 위쪽의 시선과 아래쪽의 시선이 다양하게 있어서 그 총합으로 아카이브가 되어야 기울어진 균형을 맞출 수 있다.사실 공공은 너무 비대하고 느리다. 관료조직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공공기록도 관련법이 만들어지고 그나마 정착이 되었지만 아직도 문제가 산재해 있다. 특히 공공영역의 정보화 사업이 문제이다. 제대로 된 기록 시스템이 부족하다. 여전히 종이 기록 프로세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오히려 적용이 빠르다. 기존에 구축된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공기록 시스템은 해외 선진 사례나 표준 원칙에 너무 얽매이는데, 민간에는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아카이브랩은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민간에 맞는 방법론을 적용해왔다.

공공 영역에서의 기록관리도 안정적인 재원 투입과 조직의 이해, 전문 인력, 지속적인 관리 계획이 없이는 단순 초기 하드웨어 구축에 머무르는 사례를 자주 본다. 관리되지 않고, 중도 운영 중단되는 아카이브 사이트들이 많다. 하물며 민간영역의 기록관리는 더욱 열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영역 아카이빙은 지속 가능한가?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아프리카에 필요한 적정 기술이 있듯이, 민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록관리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 ‘골디락스(Goldilocks) 기록관리’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지난해에 했었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인 골디락스(Goldilocks)처럼 민간이 소화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방법론과 신기술을 포함한 시스템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속 가능하다. 아카이브가 요즘 붐이다. 그래서 그냥 막연히 시작해보려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이벤트로 시작하면 일회성으로 끝난다. 지속할 의지가 필요하다.두 번째는 단체의 사명이나 비전과 연결해서 아카이브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해야 한다. 전문 인력을 데려오지 않아도 최소한 담당자와 담당 업무로 지정해야 지속된다. 인프라 문제, 소프트웨어 문제를 넘어, 업무 관리 시스템도 없어서 일상적인 업무 기록 관리가 안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오픈소스 시스템은 이런 면에서 지속 가능하다. 요즘 구독경제가 되면서 아카이브와 관련된 툴도 많이 만들어졌고, 우리 역시 보급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아카이브를 떠올리면 수북한 문서 자료들이 분류되어 있는 도서관 자료실 이미지가 떠오른다. 현재 디지털 환경이 빠르게 정착되면서 기록과 데이터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기록관리 시스템에서 오픈소스 전략이라는 게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오픈소스라는 것은 소스 코드를 공개한다는 것으로, 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오픈소스 운동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바퀴를 재발명하지 말자’고 한 것에 빗대어 말하자면, 똑같은 개발을 각개로 반복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우리나라 각 지자체별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하는 경우를 보지 않았나? 효율적으로 한곳에서 만들어 공개하고, 다른 필요한 곳에서 같이 쓰면서, 각자에게 맞게 조금씩 바꾸되, 그 여러 개의 코드를 모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더 좋아지지 않겠냐는 것이 바로 오픈소스의 철학이다. 오픈소스 시스템을 쓸 때 조건이 있다. 누구나 이것을 마음대로 쓰되, 개편했을 경우 그 내용을 커뮤니티에 공개해서, 앞으로의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이다.산업계에서 많이 쓰는 지표인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수익률)로 얘기하자면, 오픈소스의 ROI는 지난 20년 동안 이미 증명되었다. 투자에 비해 효과가 훨씬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픈소스 리눅스 계열로 핵심 부분은 거의 교체했다. 2018년에 세계 최대 오픈소스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를 인수했으며, 지금은 거의 오픈소스 기업이라 해도 무방하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사업의 혁신과 생태계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오픈소스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단일 공급 체계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빨리빨리 혁신되지 못하고, 결국 시대에 낙오된다.문화예술 공공기관에서 가령, 문화예술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컬렉션 관리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공개하면, 여러 문화예술 기관에서 사용해 보면서 각자에게 맞게 필요한 기능들을 보강하고 개작하면서 쓸 수 있다. 박물관에서 쓰면서 조금 바꾸고, 미술관에서 쓰면서 또 바꾸고, 이렇게 오픈소스 코드들이 모이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계속 혁신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기록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분류한다는 게 막상 쉬운 것 같아도 어렵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 기록물의 경우, 창작 결과물뿐만 아니라 과정 중심 프로젝트 등 창작 과정에 대한 기록물 등 어디서부터 기록, 수집, 저장해야 하는지 난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아카이빙 원칙이 있는지 궁금하다.
결과물만 수집되는 사례가 많고,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예술 분야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건축 분야에 있는데,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이 목천 아카이브를 만들 때, 건축이라는 결과물을 어떻게 아카이빙할 것인지를 먼저 연구하면서 실행했다. 1세대 건축가들부터 최근 활동하는 건축가들까지 다양하게 인터뷰하면서, 과거 건축 청사진에서부터 현대의 오토캐드 작업까지, 건축 계약부터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등등 모든 단계별 샘플링을 했다. 그 결과, 현장 답사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공통 단계를 발견하게 되었고, 정면, 측면, 실내 등 반드시 촬영하는 사진 구도를 공동 컷으로 찾아내고, 각 과정을 아카이브의 단계로 도출시켰다.예술 분야가 다양하지만 디지털아트, 무용 등등 장르별로 샘플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에 아카이빙 행위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경우가 있다. 리서치한 것을 나열하는 작품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경우 아카이빙 관점과 프로젝트 자체의 아카이빙하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현대미술가들은 기존 아카이빙 원칙인 중립적, 객관적 디스크립션과 달리 오히려 반대로 기술하고, 비틀어 자유롭게 기술하기도 한다. 보존 기준과 아카이빙 원칙은 다를 수 있으며, 아카이빙과 관련된 예술 작품이 기존의 아카이빙 원칙을 무시하고 작가가 자유롭게 수집해도, 그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아키비스트는 주관적으로 가치평가를 하게 되고, 무엇을 남기고 보존할 것인가를 정하게 되는데,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아카이브와 프로젝트 결과물 아카이빙을 구분해야 한다. 후자에 대해서는 나름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아카이빙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혁신 적용에 대해 관심이 많아 보인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아카이빙 분야에 가져올 혁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우리나라에 기술을 예찬하는 부류와 반대하는 부류가 있다. 처음 블록체인이 나왔을 때 기록학 분야에서도 적용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 얘기한 것처럼, 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업무 양상 전반을 좌지우지한다. 2017년 국가기록원 R&D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록을 자동 분류하는 테스트를 해봤다. 몇 만 건의 샘플이라 제한적이었지만, 결과는 96~97% 정확도가 나왔다. 오히려 사람이 분류한 것보다 더 나은 분류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것을 좀 더 연구해서 업무 시스템에 탑재한다면 적어도 사람이 잘못 분류한 것을 수정하고, 제목만 입력해도 알맞은 분류를 제시해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은 기록관리와 매우 밀접하다. 물론 적용 분야는 제한적이지만, 문서를 분류하거나 필요한 문서를 찾아주고, 개인 리포트를 찾아주는 기능만 해도 매우 도움이 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순 잡무는 기계에게 맡기고, 사람은 알고리즘 프로세스 테스트를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을 하면 된다. 기술이 실무 양상을 주도한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준비되지 못한 채로 빠르게 새로운 실험들이 바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예술 창작, 예술 감상이라는 환경이 무척 낯설기도 하고, 이러한 제약 속에서 부단히 새로운 창작 방법론을 찾기 위해 현장 예술가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다. 아키비스트로서 코로나19 시대의 예술사가 어떻게 기록되고 보존될 수 있다고 보는가?
어려운 문제다. 코로나19 시대에 문화예술인들의 피해가 크다. 문화예술 분야가 컨택트를 통해 의미가 커지는 영역이다 보니 더욱 어렵다. 기술주의 전략처럼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 대두된 가치가 좋건 나쁘건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혁신에 직면했다. 오히려 비대면 코로나 환경에 맞는 전략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팬데믹 상황을 아카이빙하는 것은 기록학에서 익숙하다. 일종의 재난 아카이브이다. 핵심은 팬데믹 이후에 문화예술인들의 행위나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맥락을 어떻게 하면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예술 향유자의 관점에서 힌트를 얻자면, 코로나 시대의 기술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방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아키비스트 관점이 아니라 예술 공동체만의 사회적 기억이 있을 것이다.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책이 있는데, 카드리나 재난 사태 등 현대 재난 상황을 분석한 에세이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의 유대가 공고해지고 이타적이 되는 등 오히려 유토피아를 경험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재난 상황이 유토피아적 경험으로 승화될지 반대일지는 모른다. 어쩄거나 아키비스트나 역사가는 팬데믹 상황의 예술사를 사후적으로 기술할 것이다. 예술가들은 일단 먹고, 살아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도 창작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기록관리에서 아카이브를 어떻게 활용할지, 무엇에 집중하고, 특성화해야 하는가?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회 발표 내용 중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예술인과 작품 DB가 없다는 내용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여러 DB가 있지만 부분적이었고,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조차 종합적인 작가 DB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오픈소스 전략이 필요하다.예술 아카이브는 작가들과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기관의 아카이브와 작가의 교류 방식 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국립현대미술관 정보자료실과 아르코 아카이브를 아티스트가 재해석하는 아트 프로젝트 등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미술계에서 아카이브를 언급하는 세미나는 많이 했었다. 세미나는 이제 그만하고,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문화예술에 제대로 된 아카이브 시스템, 컬렉션 관리 시스템 등도 필요하다. 일반 컬렉션 관리 시스템이 예술 기관에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엑셀파일로 된 작품 목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의 새로운 컬렉션 관리 시스템과 DB를 보면 너무 멋있다. 모마(MOMA)와 Artefactual Inc.가 합착해 만든 바인더(Binder)라는 온라인·미디어·디지털아트 등의 디지털 보존 관리 소프트웨어도 참고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현대미술이 디지털아트로 많이 바뀌면서 아카이빙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디지털아트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파일의 다양한 재현형을 보존하고 관리 가능하도록 만들어낸 좋은 사례이다. 예술가와 아키비스트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서로의 분야를 좀 더 이해하려는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사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개인이 아카이브를 실천한다고 할 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민초들의 아카이브라는 가치를 남길 수 있을까?
개인 아카이브는 왜 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일기 같은 자기 기록만 모으는 아카이브가 있을 수 있고, 여행 사진만 모으는 아카이브도 있다. 서태지 아카이브, 조용필 아카이브처럼 팬덤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도 있다. 개인 아카이브에서 좋은 것만 남기려는 경우가 많은데, 아카이브는 인스타그램이 아니다. 자화자찬하려고 만든다면, 제대로 된 아카이브라 할 수 없다.나만 볼 것인지, 가족까지 볼 것인지, 완전 공개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예전에 기업가나 복지가들이 자서전을 출판했다면, 요즘은 개인 아카이브를 만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개인 아카이브에도 객관적 평가와 해석을 모두 포괄하는 아카이브 관점이 필요하다.
영국에서 1차 세계대전부터 사람들의 일기를 모으는 대중관찰 아카이브 프로젝트(Mass Observation Archives)가 있었다. 인구통계조사와 같은 관점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는데, 사람들의 일기, 수기 등 일상 기록이 수집되었고,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다시 부활되면서 매년 5월 12일마다 영국 사람들의 개인 기록을 수집하는 프로젝트로 발전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한국 버전으로 한국국가기록연구원에서 '5월 12일 일기수집'이라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했었다. 정말 모아보면 다르다. 보통 사람들의 주말 패턴, 여가 생활 등 동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이 모이면 대단한 가치를 발굴해 낼 수 있다.
이상적인 아키비스트의 역량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앞으로 아카이브랩이 가고 싶은 길은 어떤 길인가?
선별 평가하는 게 전통적인 아키비스트의 역량이기 때문에 나만의 관점과 사물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이젠 기관에서도 백서를 만들기보다 디지털 아카이브로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 웹 기반 자료를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웹적 사고도 중요하고, 문서의 인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영상 트렌드도 알아야 한다. 아카이빙도 분야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실무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아카이브도 결국 드러나는 게 전시 형식으로 보여주다 보니, 그러한 역량들이 요구된다. 고민이 담긴 아카이브 포털과 아닌 것과 차이가 크다.
앞으로 더 완성도 있는 아카이브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 돈을 많이 투입하고, 공들인 기존 아카이브들도 이용자가 너무 적다. 아카이브는 대부분 오프라인 공간이 없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많은데, 그래서 더욱 이용자와의 접점이 어딘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대중들이 아카이브 활용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아카이브 이용자의 영역까지 살피고 싶다.
over 4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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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 라운지 인터뷰
게릴라 아키비스트: 아카이브랩 안대진
Posted on 2019-02-28
아키비스트가 말하는 아키비스트 인터뷰시리즈-9
미디어 오늘에서 주최하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이렇게 모든 것이 정신 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기록관리 영역만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일의 핵심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는 없을지, 스스로 오래 전에 만든 틀을 벗어나서 답을 찾아봐야 하는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기록 커뮤니티에도 새로운 기술을 계속 공부하고, 기록관리에 적용시켜보는 방법을 탐구하고, 그 내용을 다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랩의 안대진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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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인터뷰로 진행하였습니다. (황진현, 류신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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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내용은 2019년 2월 15일 현재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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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 있는 링크는 인터뷰이가 직접 더해주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답변을 쓰셨을 공간을 구경해볼까요?
본인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키비스트이자 활동가, 사업가이다. 2016년부터 아카이브랩에서 일하고 있다. 기록관리 컨설팅과 디지털 아카이브 만들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주말부부지만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끔 페이스북 등 SNS를 보면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가진 것이 엿보였다. 대학에 다닐 때 밴드를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평소 취미생활이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관심사는 많다. 전자음악, 현대미술, 테크, 부동산 등이다. 대학 때는 학교 록밴드에서 기타를 쳤다. 운좋게 대학가요제에도 나갔다. 그건 대단한 경험이었다. MBC 근처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낮에는 공연 연습하고 밤에는 연출인 주철환 PD와 가수들, 동기들과 몰려다니며 놀았다. 서태지와 조PD가 왜 훌륭한지에 대해 강헌씨와 토론도 했다. 대학가요제 이후에는 음악에만 몰두했다.
요즘 취미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기 정도이다. 최근 관심사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인스타그램 같은 아카이브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컨설팅이나 아카이브는 남의 일을 해 주는 것이다. 세상을 배우긴 하지만 피곤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리드하는 쪽에 서고 싶다. 연구보다는 활동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싶다.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는것으로 알고있다. 논문내용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제목은 “기록시스템의 오픈소스 전략 연구”이다. 표준 RMS(기록관리시스템)나 CAMS(중앙연구기록관리시스템) 등을 혁신하고 민간의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오픈소스 전략을 정리했다. 논문에는 국내 25개, 해외 9개 오픈소스 프로젝트 사례와 서울기록원의 오픈소스 기록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일상아카이브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픈소스를 이용해 직접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오픈소스는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혁신 DNA를 가진 방법론이다. 영국의 커뮤니티 아카이브 부흥을 이끈 콤마넷의 사례, 그리고 국내의 25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적으로 기술한 부분은 관심있는 분께 도움이 될 것이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후 기록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쩌다 보니 이리로 흘러왔다. 대학 이후 줄곧 음악을 만들거나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다니던 회사가 폐업했다. 아내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길 원했다. 기록관리는 그 때 알게 되었다. 나는 내심 작곡이나 프로듀싱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한 번의 기회를 달라 하고 소니뮤직에 곡을 응모했다. 팀(TIM)이란 가수의 타이틀곡을 따내면 음악을 하고 아니면 기록관리란 걸 해야 했다. 결국 3개월 후에 명지대학교 기록관리학교육원에 들어갔다. 돌아보면 참 우스운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교육원에 진학한 것으로 아는데, 교육원 수료 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자격을 얻었음에도 다시 대학원(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뭔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다. 처음 목표는 공무원이었지만 막상 취업을 준비하려니 내키지 않았다. 아내에게는 프로젝트를 하며 경력을 쌓아보겠다고 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구원 근무 당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특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널리 알리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2013년 김익한 선생님이 원장 취임하며 연구원에 들어갔다. 나는 주로 인간과기억아카이브의 아카이브시스템을 만들고 오픈소스 교육, 컨설팅을 담당했다. 오픈소스에 전혀 경험이 없던 터라 거의 매일 에이투엠(AtoM), 홈페이지와 개발자 포럼에서 살았다. 왜 나에게 그 일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일상아카이브란 걸 하기 위해 연구원들을 뽑고 시행착오하는 동안 기다려준 김익한, 임진희 선생님이 고맙다. 내가 막힐 때마다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해 준 이승일 선생님도 고생을 많이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처음에는 왠지 법인의 주인이 나인 듯한 착각과 함께 과한 책임감을 안고 지냈다. 설립 3년차인 지금은 상당한 개인적 성장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정리했다. 우리는 청운동에 좋은 사무실을 얻었고 아카이브를 만들 때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을 그만둔 후 <아카이브랩>이라는 연구소를 만들었다.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라는 소개가 매우 신선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정확히는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이다. 별 의미는 없다. 회사 이름을 짓던 중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문구로 채택한 것이다. ’대체로 무해한 (mostly harmless)’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지구(Earth)를 설명한 표현이다. 우주인이 볼 때 지구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카이브도 그렇다. 생소하고 어렵긴 하지만 만들어 놓으면 대체로 무해하다. 그러니 돈 패닉(Don’t Panic)! 정도의 뜻이다. 아카이브가 뭐냐 아카이브랩이 뭐하는 곳이냐에 대해 멋있게 설명하기도 멋적고 해서 내놓은 아카이브랩식 표현으로 보면 된다.
아카이브랩에서 주로 하는 일들이 궁금하다. 아카이브랩에서의 안대진이라는 사람의 역할도.
아카이브랩은 2016년부터 활동했다. 회사 이름이나 멤버들의 성향 때문에 연구모임 정도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카이브랩은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이다.
처음에는 전혜영, 이승일, 안대진 등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하 RIKAR)의 선임연구원 셋이서 시작했다. 전진한 선생님이 정보공개센터를 만드셨던 형태와 유사하다. 정보공개센터는 RIKAR에서 일부 사무집기도 지원하고 이승휘 선생님이 대표도 맡아 주셨다고 들었다. 아카이브랩 역시 RIKAR가 인큐베이팅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그만 나가랄 땐 좀 서운했지만 지나고 보니 거기서 익힌 기술로 먹고살고 있다. RIKAR에서 인간과기억아카이브를 만들며 오픈소스를 실험했고 그 경험을 아카이브랩으로 이은 셈이다.
아카이브랩의 활동은 컨설팅,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컨설팅은 주로 공공 분야의 연구용역들이다. 국가기록원의 차세대 기록관리 연구, 서울기록원의 ISP와 아카이브시스템 개발, 경기도메모리 ISP, 제주도시재생아카이브 등 꽤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오픈소스나 민간기록관리, 최신기술 등 아카이브랩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과제에 우선 참여한다. 그 외에 민간 분야 컨설팅은 NPO의 활동기록 관리나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것들이다. 컨설팅은 어렵고 하기 싫지만 현장감을 익히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해서 한다.
2.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이다. 주로 에이투엠(AtoM), 오메카(Omeka)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만든다. 몇년 새 벌써 서른 개 정도의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했다. 초반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연구단체 등 기록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엔 시민사회단체나 국제기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젠더, 퀴어, 인권, 교육, 동물보호, 로컬리티, 외환위기, 3.1운동, 4.16 등 우리는 게릴라처럼 꽤 닥치는대로 아카이빙해 왔다. 박사학위 논문이나 아카이브랩 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이 있다.
3.
교육은 아카이브용 오픈소스 실습이나 신기술 연구 등이다. 창업 후 첫 해에 서울시NPO지원센터 지원공간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NPO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 때 많은 단체를 만나며 빨간 약(진실)을 삼키게 되었다. 아카이브에 대한 생각이 넓어지는 계기였다. 교육프로그램은 늘 욕심나지만 영리회사에서 하기가 쉽진 않다. 아카이브 실무나 오픈소스 교육을 하면 늘 자리가 찬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많이 오신다. 그래서 계속 하려 한다. 우리 나라에도 SAA의 교육과정인 ACA(Academy of Certificate Archivists)처럼 인증 교육과정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민간의 활동가가 아카이브 실무를 배우려면 가르쳐 주는 데가 없다. 교육원에 들어갔다가 실망하시는 걸 몇 번 봤다. 대학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기록원의 재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기록연구사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인증 교육은 민간의 아키비스트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포괄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기록전문가협회가 주도하고 우리는 일부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카이브랩에서 내 대외적 역할은 대표이다. 활동은 주로 공공분야 컨설팅을 한다. 대표를 맡은 건 순전히 우연이다. 창업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 입주조건에 맞춰 당시 유일하게 청년(만 39세)이던 내가 하게 되었다. 전혜영 연구원은 주로 민간분야 컨설팅, 이승일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양병무 연구원은 행정과 연구보조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처음에는 왠지 법인의 주인이 나인 듯한 착각과 함께 과한 책임감을 안고 지냈다. 설립 3년차인 지금은 상당한 개인적 성장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정리했다. 우리는 청운동에 좋은 사무실을 얻었고 아카이브를 만들 때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우리의 활동은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기록되어 있다.


아카이브랩 사무실과 안대진 대표의 책상. 이곳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제 안대진이라는 사람과 아카이브랩의 주요한 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거나 도움을 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힘들었거나 보람되었던 일이 있었나? 앞으로 하고 싶은 방향도 함께.
지나고 보니 힘들었던 건 생각이 안 난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국내에는 오메카가 인기인데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새로운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아카이브 관련 서비스를 런칭하고 싶다. 팬덤 문화를 아카이빙하는 서비스(Archive of Our Own)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환경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외에, 블록체인이나 AI 등, 기록학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공부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기록관리에 반드시 접목될 것 같다거나,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환경이 있다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AR/VR, 블록체인 등은 기록관리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에 대한 논문을 기록학연구에 낸 적이 있다(안대진, 임진희. (2017).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기록관리 적용 방안. 기록학연구, (54), 211-248.).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 자체가 너무 언급되다 보니 지겹긴 하지만 경제 논리 정도로 비아냥거리면 안될 것 같다. 고프로나 휴대폰 카메라 기술이 공중파에서 유튜브로 콘텐츠 제작유통 환경을 바꿔놓았다. 기록학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지 방향은 종잡기 어렵지만 이 기술들의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기록시스템을 혁신할 기술들이다. 클라우드나 가상화 기술,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나 애자일 방법론, 그리고 오픈소스 철학은 기록시스템을 포함한 업무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꽤 진행되고 있고(클라우드 온나라나 RMS) 서울기록원에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기록관리 업무 프로세스와 기록 스탭의 역할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록관리자나 아키비스트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개별 업무를 잘게 순서대로 구분하여 워크플로우(workflow)로 정의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필요한 도구들은 클라우드에 SaaS 형태의 서비스나 가상화 API로 존재하고 있고 이를 가져다가 잘 쓰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부서 내의 IT부서와 기록관리 부서가 상시 대화하고 시스템을 변경하도록 업무분장이 되어야 한다. 이런 걸 애자일, 그 중에서도 데브옵스(DevOps)라고 한다. 업무가 비슷한 기관끼리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울기록원처럼 앞서에 있는 기관과 협력해야 할 일도 더 많아질 것 같다.
내 입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능동적인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일이나 작업의 예술적 측면을 발견하고 영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남들로 하여금 아주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대부분 성공시킨다.
모든 이력을 관통하는, 본인의 핵심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대로 답하자면 성실함과 끈기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압박 면접 같다.
역량이라면 정리하는 기술인 것 같다. 내가 만든 문서 스타일이 있다. 맥북의 ‘Pages’로 만든 서식인데 이걸로 보고서, 회의록, 아이디어 등 왠만한 개념이나 행위들을 정리할 수 있다. 서식이 별다르진 않다. 다만 뭔가를 정리하는 익숙한 도구와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안대진 대표의 ‘정리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장면.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Pages, Slack, 구글 캘린더가 눈에 띄네요.
기록관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 잘하는 기록관리자가 어때야 하는지는 다들 잘 아실 것 같다. 조직 구성원들과도 잘 융화하고…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전문가로서의 의식과 매너도 필요하다. 기록전문가 윤리강령에 잘 정리되어 있던 것 같다.
나는 활동가나 사업가에 가깝지 기록관리자와는 아주 멀다. 내 입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능동적인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일이나 작업의 예술적 측면을 발견하고 영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남들로 하여금 아주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대부분 성공시킨다.
아카이브랩에서 뽑고 싶은 사람을 적어보라면 다음과 같다. 희망사항이니 편하게 적겠다. 그 사람은 아키비스트인데 활동가적 신념과 사업가적 기질의 균형을 발휘할 줄 안다. 활동가는 기록연구사라는 직책이 아니라 기록관리자나 아키비스트라는 정체성이다. 활동가는 일을 만들어 내고 달성해 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다. 치열한 고민과 전투를 통해 전문성을 체득한다. 하워드 진의 실천적 아키비스트보다는 덜 숭고하고 게릴라적이다. 사업가적 기질은 맺고 끊고 타협하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나라엔 이런 류의 아키비스트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기록학계에 있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기록학계란 게 우물 안 개구리고 고인 물이 아닐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ISO 15489 신봉(경직된 사고, 졸업 후엔 연구 안함), 인공지능이나 오픈소스에 대한 반감(전문성을 위협하므로), 국가기록관리혁신 추진단 운영 과정의 문제, 면피문화, 무관심 등을 대할 때 과연 전문가 집단이 맞나 싶더라. 학위논문에도 썼지만 지금의 기록학계는 스스로 혁신이 불가능한 구성이다.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제외하면 연구나 연구자랄 게 거의 없다. 학계란 표현도 애매하다. 기록 커뮤니티(기록공동체) 개념을 더 자주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록 커뮤니티의 바운더리를 훨씬 포괄적으로 잡았으면 한다. 여기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시민사회단체들의 일부를 포함시켜야 한다. 기록학계란 집단은 왠지 민간아카이브를 가르치려 하는데 민간에서 원하는 아카이브나 기록학계의 역할은 기록학계가 생각하는 것과 꽤나 괴리되어 있다. 공공기록관리 부문에선 대통령비서실이나 서울기록원의 시도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앞선 질문과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일이 앞으로도 의미있어 지려면 대학원이나 기타 교육기관(재교육을 담당하는 협회, 기록원 포함)에서 어떤 분야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제가 알고 있는 분야에 한해서 답하겠다.
우선 기록 소프트웨어 활용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록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미 에이투엠(AtoM)이나 오메카(Omeka), 아카이브매티카(Archivematica)와 같은 좋은 도구들이 있다. 이걸 써보면 기록시스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민간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서 이 쪽으로 진출하려면 꼭 써보라.
둘째로는 기록 활용 교육이다. 파이썬이나 자연어처리 등을 이용해서 기록의 내용을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것이다. 911 참사 컬렉션을 오메카로 분석한 사례를 찾아보시라. 페이스북의 이전 게시물에 소개한 적이 있다.(https://www.facebook.com/archivelab/posts/1193200847483925?__tn__=-R).
그 외에 백잇(BagIt), NEO 등 장기보존 패키지를 만들어보거나 SIARD와 같은 데이터세트 보존도구, Zotero 등 웹 아카이빙 도구, SHA-256 같은 간단한 무결성 검증이나 디지털 포렌식 도구 등을 실습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건 우리가 진작에 전문성을 가졌어야 할 기술들이다. 앞으로 기록대학원에서 가르치면 좋겠다.
기록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나 직종을 개척해 보길 바란다. 뻔한 소리 같다면 패스하시라. 이미 기록연구사 자리는 포화 상태이다. 앞으로 졸업할 대학원생들의 숙명이자 과제이다. 공공은 그러기가 어렵고 아마 민간 영역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카이브 컨설팅을 요청하거나 관심을 보내고 있다. 기회를 만들려면 대학원 때 주제 아카이빙을 해 보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도 써보는 게 좋다. 아카이브랩의 교육 프로그램 및 특강에 참여하거나, 사무실에 방문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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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YWCA 인터뷰
<인터뷰> 우리 모두는 오늘도 역사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안대진 아카이브랩 대표
안대진 대표님과 아카이브랩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기록하는 ‘게릴라 아키비스트’로서 2016년 동료 연구원 2명과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랩’을 창업했습니다. ‘대체로 무해한’이라는 문구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지구에 대한 한 줄의 설명인 ‘대체로 무해함’에서 따왔습니다. 최근 아카이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시스템 개발에 터무니없이 높은 견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카이브랩은 ‘해를 끼치지 않는’ 적정기술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과거부터 금기시되는 기록물을 목숨을 걸고 사수하는 ‘게릴라 아키비스트’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이너’하지만 중요한 다양한 기록들, 특히 민간의 여러 영역을 기록화하고자 합니다.

YWCA 98년의 역사 기록 디지털 저장소인 ‘YWCA 아카이브’가 2020년 9월 1일(화) 문을 열었다. 9월 18일(화) ‘YWCA 아카이브’ 기록관리 컨설팅과 디지털 아카이브 제작을 총괄한 아카이브랩 안대진 대표를 만났다.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의 아카이빙 활성화를 목표로, 서울시NPO지원센터와도 ‘비영리조직을 위한 아카이빙 자문프로그램’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공공영역에서의 아카이빙은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카이빙의 목적에 수긍이 됩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공공영역을 벗어나 민간영역, 특히 비영리조직의 아카이빙에서 어떤 측면에 가치를 두시고 작업을 이어가시는지, 민간에서 아카이빙이 왜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미국 국립기록청(NARA) 앞에 ‘민주주의는 여기서 시작된다(Democracy starts here)’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국가와 제도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행위를 기록한 기록물이 민주주의의 기틀을 구성하는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도 ‘기록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신념으로 국가기록원 등에서 공공영역의 다양한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기록에 비해 민간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한쪽의 입장만 부각 되어 균형을 잃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관련 정부기록은 많이 보존되었으나 시민사회 활동 아카이빙 작업은 올해부터 시작했습니다. 공공뿐 아니라 소수자를 포함한 민간영역의 기록들이 포괄적으로 모아져야 역사적인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영역에서 ‘기록으로 남기고, 보여주고,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활동가 아키비스트’라는 개념이 많이 보편화 되었는데, 활동가 아키비스트들은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포착하고 맥락을 잘 보전하려고 합니다. 저도 근무했던 연구소에서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에 부스를 차리고 상주하면서 그 현장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세세한 내용까지 기록하였습니다. ‘있는 그대로’ 역사에 남기고자 했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도 이미 과거가 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건들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YWCA는 YWCA 100주년을 준비하며, 유·무형의 ‘YWCA 100주년 아카이브’를 구축하고자 2019년 4월에 YWCA 역사관 ‘이제’를 개관하고, 올해 9월 디지털 ‘YWCA 아카이브’를 열었습니다. 아카이브랩에서 담당하신 YWCA 아카이브 구축 과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YWCA의 자료를 정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단체가 지닌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아카이브 컨설팅을 통해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가정리, 스캔, 목록화 등을 진행했습니다. 온라인에서 기록물을 찾아볼 수 있도록 스캔하고 각 기록물에 이름을 붙여주는 목록화 작업과 함께, 거의 100년이 되어 바스라진 문서들을 보존할 수 있도록 비닐에 담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또 저희의 핵심적인 역할은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민간영역에 보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카이브를 자체 관리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 활용 교육도 진행하였습니다.
한국YWCA는 53개의 회원YWCA가 전국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 각 지역에서 YWCA 역사 기록이 생성되고 있다는 뜻일텐데요, 아카이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번에 YWCA 기록물들을 보면서 ‘YWCA가 이렇게 엄청난 일들을 해왔구나’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YWCA 업적에 비해 알리고 공유하는 작업들이 부족했던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YWCA는 지금도 놀라운 수준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드러나게 해주는 것이 ‘기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YWCA 활동가들이 YWCA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활동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사명의 일부로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아카이브가 잘 안되는 이유는, 한번에 몰아서 하게 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과정 속에 기록을 포함시키는 것도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또한 기록을 남길 때에는 후대 사람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맥락, 반대쪽 입장 등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기록물로 생성되는 자료들을 관리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점과 비영리 조직의 아카이빙 과정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활동가들이 기록물 관리 교육을 받고 <기록물 관리 가이드>에 대해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록관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활동의 맥락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기록관리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영리 조직의 아카이빙을 지원하는 조직은 아쉽지만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재단, 서울시, 삼성장학재단, SK 등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아카이브 구축을 지원했고 일부 지자체에서 기록문화도시 등 지자체 특성화 주제로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진행한 경우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비영리 조직의 아카이브 구축을 지원하는 곳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끝으로, 대표님께서는 아카이브의 사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카이브의 사명은 ‘보전기록을 통한 사회적기억 만들기’입니다. 기억은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록을 남겨두면, 진실과 왜곡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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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NPO지원센터 인터뷰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인터뷰]_아카이브랩, NPO 아카이빙 ICT 지원센터가 되다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인터뷰_③아카이브랩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들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NPO 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NPO지원센터 안의 NPO지원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입주기관들을 만나봅니다._편집자 주

사진 왼쪽부터 이승일, 전혜영, 안대진 아카이브랩 아키비스트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여행안내서’에서 지구를 ‘대체로 무해함’이라고 재미있게 정의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카이브랩 팀원이 입을 모아 한마디로 정의한 아카이브랩도 이와 같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공공/민간 분야에서 외부 컨설팅을 하다보면 아카이브가 생소하고 어렵기도 해서 괜히 미안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낯설긴 하지만 아카이브를 만들어 놓으면 무해하다, 그 이상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전혜영 아키비스트)
어느 단체에게든 대체로 괜찮은 연구소이고자 하는 아카이브랩의 바람은 단체의 지향점을 만들었습니다. 소수의 사용자만을 위한 최상의 사양에 복잡한 시스템보다는 단체에 맞는 적정한 시스템을 갖춘 아카이브를 만들고자 한다는 아카이브랩.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란 말이 딱 들어맞습니다.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 ‘아카이브’
“4.16기억저장소 등 사회적 기억들이 정체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전문기관입니다. 아카이브는 영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들을 모아놓은 곳이기도 하지만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이기도 하다고 안대진 아키이브스트는 말합니다. 아카이브랩이 민간영역 아카이빙을 위한 시스템과 자원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와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세 분은 한국기록연구원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공공영역 아카이빙은 법제 마련을 통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반면 민간영역의 아카이빙은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저렴한 시스템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민간영역 아카이빙의 부재는 당시 사회상을 제대로 볼 수가 없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아키비스트이자 시스템 전문가 3인이 모인 소셜벤처 아카이브랩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오픈소스시스템을 활용한 민간영역 아카이빙 활성화
“민간 아카이브쪽은 시스템이나 자원이 부족했어요. 저렴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아카이브 시장도 만들어지고 해야 하는데 없어요. 시스템이 너무 고가니 민간은 절대 엄두를 못 내고 정체돼 있는 상황이었어요.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하다가 오픈소스 시스템을 생각하게 됐어요. 외국의 오픈소스 아카이브 시스템 중 쓸 만한 걸 뜯어보고 적용도 해보면서 보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 김세진이재호기념사업회가 열사 30주기를 맞아 사업회 기록, 열사 개인기록, 가족 및 동문 기록, 구술기록 등을 생산․수집한 아카이브(기억저장소)를 구축하고 있다. 12월 공식 오픈 할 예정. http://snu.osasf.net>
아카이브랩은 민간영역 기록관리 확산을 위해선 저렴하고 사용편의성이 보장되는 아카이브 시스템 보급과 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AtoM, Omeka 등의 오픈소스소프트웨어를 발굴해 공동체, 문화예술계, NPO, 기억기관 등 각 영역의 특성에 맞는 아카이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민간 영역에선 416 기억저장소와 올해 30주년이 된 서울대 김세진, 이재호 분신사건 기억저장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민간영역 아카이빙 부재에 대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레 NPO영역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회 문제를 다루고 이슈를 던지는 의미 있는 활동들이 모이지 않고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맥락을 보는데 한계가 있을 거란 우려는 서울시NPO지원센터와의 인연으로 이어졌습니다.
NPO 아카이빙 지원체계의 필요성으로 연결

“NPO는 아카이빙의 필요성와 유효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에요. 단체의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역사 기록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걸 잘 남겨두면 그게 활동의 결과가 되는 거고요. 마찬가지로 우리 활동을 외부에 ‘우리가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기록관리를 하거나 아카이빙이 필요한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NPO영역에서의 아카이브 필요성은 NPO현실과도 연결돼 있다고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말합니다. NPO는 활동가 역량에 굉장히 좌우되는 곳이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중요 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업무가 이어지지가 않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업무 연속성 차원에서라도 아카이빙이 필요하다는 전혜영 아키비스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나아가 초기 기록들이나 이후의 의사결정 과정이 잘 남아 있어야 시민 활동가분들이 정체성을 잘 이어갈 수 있는 거라는 아카이브랩의 판단은 서울시NPO지원센터와의 협업으로 연결됐습니다.
비영리조직을 위한 아카이빙 자문프로그램
현재 아카이브랩은 서울시NPO지원센터와 비영리조직을 위한 아카이빙 자문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어떤 팀들이 가장 많이 오는지 전혜영 아키비스트에게 물었습니다.
“두 가지였던 거 같은데요. 한국여성의전화나 아름다운가게 같은 경우엔 기록이 모아져 있는 거예요. 만들어진 지 오래됐으니깐요. 모아진 기록을 보존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있으셔서 하게 된 경우인 거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곳이에요. 그래서 생산해내는 기록을 어떻게 하지란 고민을 안고 있었어요.”
이처럼 역사기록을 정리하려는 단체와 지금 생산되는 것을 관리하려는 단체로 나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컨설팅 방식도 조금 다르다고 하는데요. 그럼 기록을 정리하는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느냐 물었습니다.
“선별 기준은 기관마다 강조하는 지점에 따라 다 달라요. 기관 역사성을 강조할 수도 있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곳도 있을 수 있고요. 그렇다고 내부에서 독단적으로 리더가 정하지 않아요. 그럼 안 되기도 하고요. 평가위원회나 선별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정해요.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공유되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게 기준이 되는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익숙하게 하고 있는 세 분은 과연 어떤 동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신기하게도 아카이브랩 구성원 모두 우연히 아카이빙에 발을 들어놓았다고 합니다. 아카이빙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지 묻는 질문에 이승일 개발자는 민망한 듯 웃으며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왼쪽부터 전혜영, 안대진, 이승일 아키비스트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에 불씨를 만들고 싶어
우연히 시작했지만 아카이브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아카이브랩입니다. 그런 아카이브랩이 장기적으로 꿈꾸고 있는 건 무엇일까요. 합의된 건 없지만 각자 다 있을 거라며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이승일 개발자를 ‘슥-’ 쳐다보았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기록관리가 국민 누구에게나 쉬운 뭔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기록관리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는데요. 기록관리가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이승일 개발자)
이를 위해 읽어볼 만한 기록관리 대중서가 필요하다며 대중서를 만드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이는 전혜영 아키비스트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이 있는 거 같아요. 아카이브에 대한 열망이 다 흩어지고 없어지기 전에 시스템이든 인력이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장기적으로 만들고 싶어요.”
개인이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시대를 기대
오픈소스 아카이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기록관리 운동 등을 하고 싶다는 아카이브랩. 이는 민간분야 기록발전을 위해서도 개인이 역사를 조망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살다가 만들어지는 기록도 어느 순간에 버려지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게 잘 모여서 내 개인의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도 도구니깐 개발할 수 있다고 아카이브 랩에서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어요.” (이승일 개발자)
아카이빙의 중요성만큼이나 소수가 기록을 독점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세월호 특조위도 기간이 끝나면 자료는 국가기록원으로 가게 되거든요. 그럼 당분간 비공개일거에요. 그럼 어렵게 다 조사해놓고 일반인들은 거의 볼 수 없으니 진실이 묻힐 가능성이 큰 거죠. 기록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되었을 때 역사가 다시 원점으로 가는 거죠.” (전혜영 아키비스트)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의미심장해지는 곳”
아카이브랩이 본 서울시NPO지원센터
“여러 다양한 민간단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매력적이고요. 공간이 개방돼 있어서 갇혀 있는 느낌이 안 들어서 좋아요. 연구원이 너무 답답했거든요. (웃음)” (이승일 개발자)
“모여 있는 게 되게 좋아요. 초반에는 손님 만날 때 협업공간에서 만나기도 하고 1층 열린 공간에서 보기도 했거든요. 여기저기 보면 공간이 많아서 공간 이용하기에 정말 좋아요.” (안대진 아키비스트)
“서울시NPO지원센터 생태계 팀에서 먼저 NPO와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접목시켜 할 수 있는 걸 기획해 제시해주셨어요. 그게 없었다면 저희가 많은 노력을 들여서 해야 했을 텐데 협업공간에선 NPO와 일을 공모하는 게 쉬운 거 같아요.
잠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IT 솔루션 기업인 UFO팩토리 같은 경우는 관심이 있는 팀이었는데 여기서 자연스레 만났어요. 그래서 작게라도 뭔가를 같이 해볼 수도 있었고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재미있는 관계가 기다리는 공간이에요. 새롭게 입주할 단체에게도 새로운 관계가 기다리는 곳이라 말하고 싶어요.
센터 분들이나 협업 공간 분들이 협력을 도와줄 자세가 있는 분들이에요. 뼛속까지 잘 이용해볼 생각으로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오세요! (웃음). (“전혜영 아카비스트”)
“앞으로 입주할 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업할 곳을 찾거나 협업할 곳을 찾거나 할 때 맘만 먹으면 여기 있는 정보나 센터 분들의 네트워크에서 엄청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자연스레 얻게 됐지만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할 수 있다면 좋을 거예요.” (안대진 아키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