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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 라운지 인터뷰

기사 제목
게릴라 아키비스트: 아카이브랩 안대진
황진현, 류신애 정리 (서면인터뷰)
매체
Archivist Lounge
날짜
2019-02-28

게릴라 아키비스트: 아카이브랩 안대진

Posted on 2019-02-28
아키비스트가 말하는 아키비스트 인터뷰시리즈-9
미디어 오늘에서 주최하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피부로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이렇게 모든 것이 정신 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기록관리 영역만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일의 핵심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는 없을지, 스스로 오래 전에 만든 틀을 벗어나서 답을 찾아봐야 하는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기록 커뮤니티에도 새로운 기술을 계속 공부하고, 기록관리에 적용시켜보는 방법을 탐구하고, 그 내용을 다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랩의 안대진 대표입니다.
서면인터뷰로 진행하였습니다. (황진현, 류신애 정리)
답변 내용은 2019년 2월 15일 현재를 기준으로 합니다.
본문 중에 있는 링크는 인터뷰이가 직접 더해주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이 답변을 쓰셨을 공간을 구경해볼까요?

본인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

아키비스트이자 활동가, 사업가이다. 2016년부터 아카이브랩에서 일하고 있다. 기록관리 컨설팅과 디지털 아카이브 만들기를 하고 있다. 지금은 주말부부지만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끔 페이스북 등 SNS를 보면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가진 것이 엿보였다. 대학에 다닐 때 밴드를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평소 취미생활이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관심사는 많다. 전자음악, 현대미술, 테크, 부동산 등이다. 대학 때는 학교 록밴드에서 기타를 쳤다. 운좋게 대학가요제에도 나갔다. 그건 대단한 경험이었다. MBC 근처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낮에는 공연 연습하고 밤에는 연출인 주철환 PD와 가수들, 동기들과 몰려다니며 놀았다. 서태지와 조PD가 왜 훌륭한지에 대해 강헌씨와 토론도 했다. 대학가요제 이후에는 음악에만 몰두했다.
요즘 취미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기 정도이다. 최근 관심사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 인스타그램 같은 아카이브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컨설팅이나 아카이브는 남의 일을 해 주는 것이다. 세상을 배우긴 하지만 피곤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리드하는 쪽에 서고 싶다. 연구보다는 활동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싶다.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는것으로 알고있다. 논문내용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한다.

제목은 “기록시스템의 오픈소스 전략 연구”이다. 표준 RMS(기록관리시스템)나 CAMS(중앙연구기록관리시스템) 등을 혁신하고 민간의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오픈소스 전략을 정리했다. 논문에는 국내 25개, 해외 9개 오픈소스 프로젝트 사례와 서울기록원의 오픈소스 기록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일상아카이브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픈소스를 이용해 직접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오픈소스는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혁신 DNA를 가진 방법론이다. 영국의 커뮤니티 아카이브 부흥을 이끈 콤마넷의 사례, 그리고 국내의 25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험적으로 기술한 부분은 관심있는 분께 도움이 될 것이다.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후 기록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쩌다 보니 이리로 흘러왔다. 대학 이후 줄곧 음악을 만들거나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다니던 회사가 폐업했다. 아내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길 원했다. 기록관리는 그 때 알게 되었다. 나는 내심 작곡이나 프로듀싱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한 번의 기회를 달라 하고 소니뮤직에 곡을 응모했다. 팀(TIM)이란 가수의 타이틀곡을 따내면 음악을 하고 아니면 기록관리란 걸 해야 했다. 결국 3개월 후에 명지대학교 기록관리학교육원에 들어갔다. 돌아보면 참 우스운 조건이었다.

처음에는 교육원에 진학한 것으로 아는데, 교육원 수료 후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자격을 얻었음에도 다시 대학원(박사과정)에 진학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뭔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다. 처음 목표는 공무원이었지만 막상 취업을 준비하려니 내키지 않았다. 아내에게는 프로젝트를 하며 경력을 쌓아보겠다고 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구원 근무 당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특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널리 알리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2013년 김익한 선생님이 원장 취임하며 연구원에 들어갔다. 나는 주로 인간과기억아카이브의 아카이브시스템을 만들고 오픈소스 교육, 컨설팅을 담당했다. 오픈소스에 전혀 경험이 없던 터라 거의 매일 에이투엠(AtoM),  홈페이지와 개발자 포럼에서 살았다. 왜 나에게 그 일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일상아카이브란 걸 하기 위해 연구원들을 뽑고 시행착오하는 동안 기다려준 김익한, 임진희 선생님이 고맙다. 내가 막힐 때마다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해 준 이승일 선생님도 고생을 많이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처음에는 왠지 법인의 주인이 나인 듯한 착각과 함께 과한 책임감을 안고 지냈다. 설립 3년차인 지금은 상당한 개인적 성장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정리했다. 우리는 청운동에 좋은 사무실을 얻었고 아카이브를 만들 때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을 그만둔 후 <아카이브랩>이라는 연구소를 만들었다. ‘대체로 무해한’ 연구소라는 소개가 매우 신선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정확히는 ‘대체로 무해한 아카이브 연구소’이다. 별 의미는 없다. 회사 이름을 짓던 중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문구로 채택한 것이다. ’대체로 무해한 (mostly harmless)’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지구(Earth)를 설명한 표현이다. 우주인이 볼 때 지구가 그렇다는 것이다. 아카이브도 그렇다. 생소하고 어렵긴 하지만 만들어 놓으면 대체로 무해하다. 그러니 돈 패닉(Don’t Panic)! 정도의 뜻이다. 아카이브가 뭐냐 아카이브랩이 뭐하는 곳이냐에 대해 멋있게 설명하기도 멋적고 해서 내놓은 아카이브랩식 표현으로 보면 된다.

아카이브랩에서 주로 하는 일들이 궁금하다. 아카이브랩에서의 안대진이라는 사람의 역할도.

아카이브랩은 2016년부터 활동했다. 회사 이름이나 멤버들의 성향 때문에 연구모임 정도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아카이브랩은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이다.
처음에는 전혜영, 이승일, 안대진 등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이하 RIKAR)의 선임연구원 셋이서 시작했다. 전진한 선생님이 정보공개센터를 만드셨던 형태와 유사하다. 정보공개센터는 RIKAR에서 일부 사무집기도 지원하고 이승휘 선생님이 대표도 맡아 주셨다고 들었다. 아카이브랩 역시 RIKAR가 인큐베이팅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그만 나가랄 땐 좀 서운했지만 지나고 보니 거기서 익힌 기술로 먹고살고 있다. RIKAR에서 인간과기억아카이브를 만들며 오픈소스를 실험했고 그 경험을 아카이브랩으로 이은 셈이다.
아카이브랩의 활동은 컨설팅,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컨설팅은 주로 공공 분야의 연구용역들이다. 국가기록원의 차세대 기록관리 연구, 서울기록원의 ISP와 아카이브시스템 개발, 경기도메모리 ISP, 제주도시재생아카이브 등 꽤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오픈소스나 민간기록관리, 최신기술 등 아카이브랩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과제에 우선 참여한다. 그 외에 민간 분야 컨설팅은 NPO의 활동기록 관리나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것들이다. 컨설팅은 어렵고 하기 싫지만 현장감을 익히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해서 한다.
2.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이다. 주로 에이투엠(AtoM), 오메카(Omeka)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만든다. 몇년 새 벌써 서른 개 정도의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했다. 초반에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연구단체 등 기록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엔 시민사회단체나 국제기구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젠더, 퀴어, 인권, 교육, 동물보호, 로컬리티, 외환위기, 3.1운동, 4.16 등 우리는 게릴라처럼 꽤 닥치는대로 아카이빙해 왔다. 박사학위 논문이나 아카이브랩 홈페이지, 또는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이 있다.
3.
교육은 아카이브용 오픈소스 실습이나 신기술 연구 등이다. 창업 후 첫 해에 서울시NPO지원센터 지원공간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NPO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이 때 많은 단체를 만나며 빨간 약(진실)을 삼키게 되었다. 아카이브에 대한 생각이 넓어지는 계기였다. 교육프로그램은 늘 욕심나지만 영리회사에서 하기가 쉽진 않다. 아카이브 실무나 오픈소스 교육을 하면 늘 자리가 찬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많이 오신다. 그래서 계속 하려 한다. 우리 나라에도 SAA의 교육과정인 ACA(Academy of Certificate Archivists)처럼 인증 교육과정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민간의 활동가가 아카이브 실무를 배우려면 가르쳐 주는 데가 없다. 교육원에 들어갔다가 실망하시는 걸 몇 번 봤다. 대학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기록원의 재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기록연구사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인증 교육은 민간의 아키비스트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포괄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 기록전문가협회가 주도하고 우리는 일부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카이브랩에서 내 대외적 역할은 대표이다. 활동은 주로 공공분야 컨설팅을 한다. 대표를 맡은 건 순전히 우연이다. 창업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 입주조건에 맞춰 당시 유일하게 청년(만 39세)이던 내가 하게 되었다. 전혜영 연구원은 주로 민간분야 컨설팅, 이승일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양병무 연구원은 행정과 연구보조를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처음에는 왠지 법인의 주인이 나인 듯한 착각과 함께 과한 책임감을 안고 지냈다. 설립 3년차인 지금은 상당한 개인적 성장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정리했다. 우리는 청운동에 좋은 사무실을 얻었고 아카이브를 만들 때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우리의 활동은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기록되어 있다.
아카이브랩 사무실과 안대진 대표의 책상. 이곳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제 안대진이라는 사람과 아카이브랩의 주요한 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거나 도움을 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힘들었거나 보람되었던 일이 있었나? 앞으로 하고 싶은 방향도 함께.

지나고 보니 힘들었던 건 생각이 안 난다.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국내에는 오메카가 인기인데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새로운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아카이브 관련 서비스를 런칭하고 싶다. 팬덤 문화를 아카이빙하는 서비스(Archive of Our Own)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환경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외에, 블록체인이나 AI 등, 기록학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공부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기록관리에 반드시 접목될 것 같다거나,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환경이 있다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AR/VR, 블록체인 등은 기록관리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에 대한 논문을 기록학연구에 낸 적이 있다(안대진, 임진희. (2017).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기록관리 적용 방안. 기록학연구, (54), 211-248.).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 자체가 너무 언급되다 보니 지겹긴 하지만 경제 논리 정도로 비아냥거리면 안될 것 같다. 고프로나 휴대폰 카메라 기술이 공중파에서 유튜브로 콘텐츠 제작유통 환경을 바꿔놓았다. 기록학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지 방향은 종잡기 어렵지만 이 기술들의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기록시스템을 혁신할 기술들이다. 클라우드나 가상화 기술,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나 애자일 방법론, 그리고 오픈소스 철학은 기록시스템을 포함한 업무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꽤 진행되고 있고(클라우드 온나라나 RMS) 서울기록원에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시스템의 변화는 결국 기록관리 업무 프로세스와 기록 스탭의 역할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록관리자나 아키비스트의 핵심 역량 중 하나는 개별 업무를 잘게 순서대로 구분하여 워크플로우(workflow)로 정의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필요한 도구들은 클라우드에 SaaS 형태의 서비스나 가상화 API로 존재하고 있고 이를 가져다가 잘 쓰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부서 내의 IT부서와 기록관리 부서가 상시 대화하고 시스템을 변경하도록 업무분장이 되어야 한다. 이런 걸 애자일, 그 중에서도 데브옵스(DevOps)라고 한다. 업무가 비슷한 기관끼리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울기록원처럼 앞서에 있는 기관과 협력해야 할 일도 더 많아질 것 같다.
내 입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능동적인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일이나 작업의 예술적 측면을 발견하고 영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남들로 하여금 아주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대부분 성공시킨다.

모든 이력을 관통하는, 본인의 핵심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대로 답하자면 성실함과 끈기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압박 면접 같다.
역량이라면 정리하는 기술인 것 같다. 내가 만든 문서 스타일이 있다. 맥북의 ‘Pages’로 만든 서식인데 이걸로 보고서, 회의록, 아이디어 등 왠만한 개념이나 행위들을 정리할 수 있다. 서식이 별다르진 않다. 다만 뭔가를 정리하는 익숙한 도구와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안대진 대표의 ‘정리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장면.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Pages, Slack, 구글 캘린더가 눈에 띄네요.

기록관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 잘하는 기록관리자가 어때야 하는지는 다들 잘 아실 것 같다. 조직 구성원들과도 잘 융화하고… 일반 공무원과 다르게 전문가로서의 의식과 매너도 필요하다. 기록전문가 윤리강령에 잘 정리되어 있던 것 같다.
나는 활동가나 사업가에 가깝지 기록관리자와는 아주 멀다. 내 입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능동적인 아티스트이다. 자신의 일이나 작업의 예술적 측면을 발견하고 영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남들로 하여금 아주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대부분 성공시킨다.
아카이브랩에서 뽑고 싶은 사람을 적어보라면 다음과 같다. 희망사항이니 편하게 적겠다. 그 사람은 아키비스트인데 활동가적 신념과 사업가적 기질의 균형을 발휘할 줄 안다. 활동가는 기록연구사라는 직책이 아니라 기록관리자나 아키비스트라는 정체성이다. 활동가는 일을 만들어 내고 달성해 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다. 치열한 고민과 전투를 통해 전문성을 체득한다. 하워드 진의 실천적 아키비스트보다는 덜 숭고하고 게릴라적이다. 사업가적 기질은 맺고 끊고 타협하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나라엔 이런 류의 아키비스트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기록학계에 있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기록학계란 게 우물 안 개구리고 고인 물이 아닐까란 생각을 가끔 한다. ISO 15489 신봉(경직된 사고, 졸업 후엔 연구 안함), 인공지능이나 오픈소스에 대한 반감(전문성을 위협하므로), 국가기록관리혁신 추진단 운영 과정의 문제, 면피문화, 무관심 등을 대할 때 과연 전문가 집단이 맞나 싶더라. 학위논문에도 썼지만 지금의 기록학계는 스스로 혁신이 불가능한 구성이다.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제외하면 연구나 연구자랄 게 거의 없다. 학계란 표현도 애매하다. 기록 커뮤니티(기록공동체) 개념을 더 자주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록 커뮤니티의 바운더리를 훨씬 포괄적으로 잡았으면 한다. 여기엔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시민사회단체들의 일부를 포함시켜야 한다. 기록학계란 집단은 왠지 민간아카이브를 가르치려 하는데 민간에서 원하는 아카이브나 기록학계의 역할은 기록학계가 생각하는 것과 꽤나 괴리되어 있다. 공공기록관리 부문에선 대통령비서실이나 서울기록원의 시도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앞선 질문과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일이 앞으로도 의미있어 지려면 대학원이나 기타 교육기관(재교육을 담당하는 협회, 기록원 포함)에서 어떤 분야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제가 알고 있는 분야에 한해서 답하겠다.
우선 기록 소프트웨어 활용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록시스템 분야에서는 이미 에이투엠(AtoM)이나 오메카(Omeka), 아카이브매티카(Archivematica)와 같은 좋은 도구들이 있다. 이걸 써보면 기록시스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민간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서 이 쪽으로 진출하려면 꼭 써보라.
둘째로는 기록 활용 교육이다. 파이썬이나 자연어처리 등을 이용해서 기록의 내용을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것이다. 911 참사 컬렉션을 오메카로 분석한 사례를 찾아보시라. 페이스북의 이전 게시물에 소개한 적이 있다.(https://www.facebook.com/archivelab/posts/1193200847483925?__tn__=-R).
그 외에 백잇(BagIt), NEO 등 장기보존 패키지를 만들어보거나 SIARD와 같은 데이터세트 보존도구, Zotero 등 웹 아카이빙 도구, SHA-256 같은 간단한 무결성 검증이나 디지털 포렌식 도구 등을 실습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런 건 우리가 진작에 전문성을 가졌어야 할 기술들이다. 앞으로 기록대학원에서 가르치면 좋겠다.

기록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나 직종을 개척해 보길 바란다. 뻔한 소리 같다면 패스하시라. 이미 기록연구사 자리는 포화 상태이다. 앞으로 졸업할 대학원생들의 숙명이자 과제이다. 공공은 그러기가 어렵고 아마 민간 영역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카이브 컨설팅을 요청하거나 관심을 보내고 있다. 기회를 만들려면 대학원 때 주제 아카이빙을 해 보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도 써보는 게 좋다. 아카이브랩의 교육 프로그램 및 특강에 참여하거나, 사무실에 방문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