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전원일기
도시인에게 농촌은 마치 ‘자연’의 다른 이름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고향의 다른 이름이며, 삭막하기 그지없는 도시생활의 대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 머릿속에 농촌은 사람이 살만한 곳, 오염되지 않은 자연으로 풍요로운 낙원으로 낙인찍혀 있다. 1980년에 시작해 22년 동안 무려 1088회분을 방영하며 사랑받았던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엔 우리가 그려온 농촌의 살가운 풍경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런데 왜 다들 떠날까. 왜 농촌에 사람이 없을까.
인구소멸과 관련한 각종 연구들은 소멸위기 지역의 절대다수가 농촌임을 지목하고 있다. 우리시대에 농촌은 사람 살 만한 곳이 아님을 우리의 삶이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의 삶을 플라스틱에 빗대는 건 익숙한 수사다. 허나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도시인만 추구하지 않는다. 사람이 떠나는 곳, 늙은 노동력이 절대다수인 곳에서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더욱 빛난다.
농촌에 살면서 내가 본 농사일은 온통 플라스틱에 빚지고 있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보관에서 판매까지. 농촌에서 플라스틱은 부족한 사람 몫을 과하게 해내고 있다. 바람 부는 들녘에는 볕에 바래고 흙을 묻혀 번들거림을 감춘 플라스틱이 사방에서 출몰한다.
뿐이랴, 고향방문/성묘/피크닉/낚시 따위 목적으로 잠시 농촌을 찾은 이들마저 가벼운 마음으로 플라스틱을 주고 간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으니까, 그 농촌은 모든 걸 품어주니까.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착각 속에 살아가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