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나오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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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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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나오는 풍경
1.
역사책에서나 읽었던 일들을 겪고 있다. 상상해본 적은 있으되 내 앞의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어떤 이들이 이 녀석을 ‘21세기 흑사병’이라 부르는 건 딱 맞지는 않더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혹자는 이 녀석을 신종감옥이라 불렀다. ‘지은 죄’ 없이도 우리는 삽시간에 죄수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마땅히 치러야 할 죗값을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구별의 입장에서 인간은 가장 악독한 신종 바이러스요, 코로나는 지구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가면역체계일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코로나는 인간에게 무거운 거울을 내민다.
2.
적응의 동물이야말로 사람이라던가. 비접촉, 비대면, 집합금지, 거리두기. 낯설었던 지침들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왁짜지껄했던 몇 년 전이 이젠 낯설 지경이다. 흘러간 드라마를 보다가 잠깐 놀랐다. ‘아, 저땐 사람들이 저리도 아무렇지 않게 모였구나. 잔치가 열리고, 손을 부여잡고, 얼굴을 부비고....’ 어째서 나는 그 장면들을 보며 그리움이 아니라 낯섦을 느꼈을까. 코로나 시대를 겨우 2년째 살면서 20년째 사는 사람처럼 생각하다니 사람이란 얼마나 똑똑하며 멍청한가.
3.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나이든 이들에게 치명율이 높다는 핑계는 무척 편하다. 기숙사로 올려보냈던 큰아이는 엄마아빠 사는 시골집에 내려와 집돌이가 됐다. 언제 이런 오붓한 시간을 또 누릴까 싶은 뿌듯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 큰 성인들이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생활은 간단하지 않다. 꼬박 1년을 서로 견디다가 그 녀석은 다시 올라갔다. 대면수업을 하든 안하든 그 아이가 머물러야 할 곳은 집이 아니었다.
4.
누군가들은 죽을 맛이다. 소상공인들, 준비 없이 해고당한 노동자들. 누군가들은 희색이 만연하다. 온라인 기업들은 사상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람대신 오가는 물건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허나 그 물건도 사람이 나른다. 코로나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감염병에 걸린 탓일까. 자본의 논리는 ‘코로나 방패’를 얻어 더 강해졌다.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세상물정 모르는 생떼로 치부됐다. 2021년 2월 5일, 나는 국회의장실에 있었다.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46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친구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농성을 시작한 탓이었다. 행여 친구가 어찌 될까봐 곁을 떠날 수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경찰이 들이닥쳤다. 우리는 사지가 들린 채 국회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마스크는 어디론가 벗겨져나갔다. 단식하던 친구를 찾으려 다시 들어가려 하자 진압경찰이 막아섰다. 화가 치밀어 항의하는 내게 경찰이 뭐라 말했을까. “마스크부터 쓰세요!” 당신들이 벗긴 거라고 외치자 뭐라 답했을까. “일단 마스크부터 쓰세요!”였다. 단식하던 그 친구가 위험할지 모른다고 호소하자 무슨 대답이 돌아왔을까. “알았으니까, 일단 마스크부터 쓰세요!” 울분이 일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게 옳은 대답이었을까. 그의 말이 지금도 뇌리에 맴돈다. 너가 무슨 말을 하든, 마스크부터 쓰라니.
그립다는 마음보다 낯설다는 마음이 앞섰다.
좋아했던 것들과 자연스럽게 하지만 강제로 멀어졌다.
영화속에서 사람들이
좋은 점도 있었다.
수영, 목욕탕, 노을이. 부모님, 노동자친구들, 쿠팡맨. 국회농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