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나 리
개 같은 세상이로다! 여기서 ‘개’는 ‘엿’과 같은 의미다.
엿 같은 세상이로다! 개는 다정하고 엿은 달콤한데, 어쩌다가 개 같은 세상과 엿 같은 세상은 ‘몹쓸 세상’과 같은 뜻이 되었을까.
개는 인간이 돌을 쪼개 원시적인 도구를 겨우 만들던 구석기시대부터 사람 곁에 머문 최초의 가축이었다. 3만 년 전의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벨기에의 동굴에서 개 머리뼈가 발견된 것을 비롯해 수많은 고고학적 증거들이 사람과 개의 친숙하고 오래된 역사를 말해준다. 개의 조상인 회색늑대가 어쩌다 사람의 충직한 동반자가 되었는지 추적하는 연구들은 흥미롭다. 서로는,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서로는, 서로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둘은, 영리하다.
개는 비교 불가능한 도구였다. 사냥이 곧 생존이던 원시수렵사회에서 어지간한 돌도끼보다 나은 연장이었다. 농경사회에선 야생동물과 침입자로부터 집과 곡식과 가축을 지켰다. 오늘날의 개는 마약과 폭탄을 탐지하고, 테러범을 진압하기도 한다. 아울러 ‘여전히’ 음식이다. 심지어 가족이다.
21세기 인간의 환경이 지역/정치/경제/인종/성별에 따라 너무 다르듯, 개를 둘러싼 환경 또한 극단적으로 다르다. 어떤 개는 여전히 고기지만, 어떤 개는 상팔자를 누리며 ‘나으리’처럼 대접받는다. “사람팔자 보다 나은 개팔자”라는 한탄은 어딘가 틀리지만 어딘가 맞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를 어찌 대하든, 개는 인간에게 환경이 되었다. 이미 개에게 인간이 환경이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