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프로젝트 유형
사진
작업노트
노순택_감전_작업노트.pdf
작업연도
2014
전시
전시 1
주제
07.생활안전
키워드
밀양
송전탑
전기
감 전
Electric Torture
이른바 ‘국책사업’이었다. 우리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국가의 이름으로 집행하는 거라 했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일에 소수의 희생과 양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경남 울주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한 초고압송전탑 건설계획은 2002년부터 시작됐으나, 송전선로 통과지역 주민이 당신들의 머리 위로 고압선이 지날 거라는 사실을 안 건 2005년이었다. 사업주관사인 한국전력은 주민협의과정을 거쳤다 주장하지만 설명회에 초대된 이들은 해당지역민의 0.6%에 불과했다.
밀양의 늙은 농부들은 분개했다. 2007년 산업자원부가 사업을 승인하고 2011년 송전탑 건설이 강행되자 주민들은 본격적인 저항운동에 들어갔다. 한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2년 1월 16일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 이치우(74) 농민의 논에 50여 명의 용역직원과 굴착기가 들이닥쳐 100m 높이의 송전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울분을 참지 못한 늙은 농부는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덮기 급급했다. ‘자기과실에 의한 화재사망 사건’이라던 발표를 ‘분신사망’으로 정정하는데 보름이 걸렸다. 칠순 팔순의 노인들이 산중턱과 꼭대기의 송전탑 예정부지에 천막을 치고 목에 올가미를 걸고 발버둥을 쳤지만 힘센 용역과 경찰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나이든 주민들의 팔이 꺾기고 자루에 담겨 패대기쳐지는 수모의 현장에서 경찰은 구경꾼이었다. 뿐인가, 산속에 고립된 주민들을 살피러 가던 의료진을 막아 세웠다. 한전은 찬성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살갑던 마을공동체를 이간질했다. 2013년 12월 2일 상동면 고정마을 유한숙(74) 농민이 음독 자결했다. 2014년 6월엔 주민들의 저항천막을 철거하는 대규모 행정대집행이 강행됐다. 밀양에만 69기에 이르는 초고압송전탑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을과 논밭을 가로지르며 척척 들어섰다. 마침내 2014년 12월 28일, 한전은 시험 송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일까. 그것은 농민들의 상처를 헤집으며 흐르는 전기였다. 2019년 7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밀양송전탑 강행 과정에서 국가에 의한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자행됐음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공식 사과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과도 받았다지만, 주민공동체에 남겨진 고통과 갈등의 얼룩은 여전히 짙다. 밀양은 묻는다.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 앞에서, 떳떳한 이 누구인가.
Catalog#1. 감전